[쿠키뉴스=인세현 기자] 독일 국적의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는 1980년 5월 당시 라디오를 통해 광주의 상황을 전해 듣고 취재를 위해 광주로 향한다. 위르겐 힌츠페터는 광주에서 벌어진 참상을 카메라에 담아 그곳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광주 바깥에 전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푸른 눈으로 목도한 광주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린 셈이다.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실존인물인 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서울의 택시 운전사인 만섭(송강호)은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까지 갔다가 통금시간까지 돌아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운전대를 잡는다. 만섭은 돈을 벌 생각에 광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진실을 목도하고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일생일대의 선택을 하게 된다.

만섭은 관객에게 광주를 전달하는 카메라이자 렌즈다. 위르겐 힌츠페터의 카메라가 광주를 목도하고 알린 것처럼, 영화는 만섭과 그의 시선을 통해 광주를 그려낸다. 영화는 초반부에 아무것도 몰랐고 모를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시민이자 애틋한 부성애를 가진 아버지 만섭을 그려내는데 꽤 긴 시간을 할애한다. 덕분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만섭의 눈을 통해 그날의 광주를 보게 된다.

만섭의 눈으로 바라본 광주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거창한 목적이나 이념으로 무장한 것이 아닌, 사람의 도리로 움직이는 인물들이다. 우연히 만섭과 피터를 돕는 광주의 택시 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은 당시 가장 평범했던 인물이자 가장 용기 있던 사람들이다. 만섭은 광주에서 자신과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을 겪으며 1980년 5월 광주를 경험하고 변화한다.

오랜만에 복귀한 장훈 감독 특유의 장점은 ‘택시운전사’에서도 유효하다. 장훈 감독은 전작 ‘의형제’ ‘고지전’과 마찬가지로 한국 근현대의 아픔을 신파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배우 송강호는 송강호의 연기를 한다. 그것으로 ‘택시운전사’가 갖는 힘과 설득력은 더욱 강해진다. 피터 역을 맡은 토마스 크레취만과 황태술 역의 유해진, 구재식을 연기한 류준열 또한 과장되거나 모자람 없이 제 역할을 다 해냈다.

다음달 2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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