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몸캠 논란’을 겪은 배우 서하준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만큼 그가 어떤 이야기를 꺼낼지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서하준은 영상의 주인공이 맞는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해석하기에 따라 그가 당사자일 수도, 피해자일 수도 있는 화법을 구사한 것입니다.
서하준의 몸캠 논란은 지난해 12월 9일 SNS에 한 편의 동영상이 올라오며 시작됐습니다. 한 네티즌이 “서X준 알몸 동영상을 공개한다”는 글과 함께 서하준을 닮은 남성이 옷을 다 벗은 상태로 등장하는 영상을 공개한 것이죠.
네티즌들은 영상 속 남성의 목걸이와 팔찌가 서하준이 평소 착용하던 것과 일치한다고 주장하며 당사자가 맞다고 확신했습니다. 이후 서하준은 자신의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2016 MBC 연기대상’에 참석한 이후 모든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소속사도 영상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논란에 대해 6개월 동안 묵묵부답하던 끝에 서하준은 정면 돌파를 선언했습니다. 서하준의 방송 복귀 무대는 지난 18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였습니다. 과거에 한 번 출연했던 프로그램인 만큼 서하준은 편한 분위기 속에서 MC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서하준은 공백기 동안 “그냥 조용히 있었다”며 “창피함 같은 건 반나절도 안 갔다. 화도 나고 증오심과 의문점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어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사과문을 쓰려고 3일 동안 고민했다. A4 용지를 꺼내들고 볼펜으로 두 글자를 적고는 3시간 동안 멍하게 있었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 내가 누구한테 사과해야 할지, 누구한테 호소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라고 말했습니다.
또 “그 일이 있은 후 행복했던 순간은 20초 밖에 안 된다”며 “며칠을 못자다 살짝 잠이 들었는데, 모든 것이 꿈에서 그대로 일어났다. 그리고 깼는데 ‘이게 다 꿈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켜서 내 이름을 검색해보기 전까지 그 20초 동안이 너무 행복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MC 박나래가 "본인이 아니라고 해명하면 되지 않냐"고 묻자, 서하준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며 “내가 해명을 해도 누가 믿겠나. 누가 봐도 나였다. 서하준인 것을 알고 사람들이 글을 적는데 ‘맞습니다’, 혹은 ‘아닙니다’라고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습니다.
서하준은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전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꼈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냈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밝혔습니다.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언급한 후 영상 편지까지 보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의 말을 통해 그가 영상의 당사자인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건 이후 “화가 났다”거나 “누구에게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누가 봐도 나였다”는 말은 그가 당사자여도, 당사자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어떤 경위로 발생했고 당시 심경이 어땠는지를 밝히는 대신, 논란에서 한 발 떨어진 입장에서 그 이후의 심경만 고백하는 화법을 보여준 것입니다.
서하준의 말처럼 그는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사과할 대상도 없습니다. 영상의 당사자 여부와 관계없이 그는 피해자이고 화를 낼 자격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이 서하준을 응원하고 싶어도 어떤 노선을 취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그가 당사자가 맞다면 영상을 유포한 누군가가 잘못한 것이겠고, 당사자가 아니라면 루머를 퍼뜨린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여야 할 것입니다.
해명을 했지만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팬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것이 서하준이 밝힌 가장 분명한 입장입니다. 서하준의 발언과 진정성을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