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유수환 기자]최근 국민연금 이사장 후보자로 거론되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호불호가 뚜렷한 사람이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사기도 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투자업계 이단아’ ‘구조조정의 청부사’로도 불린다. 그럼에도 주진형 전 사장이 증권업계에 큰 반향을 남긴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는 한화투자증권 사장으로 재직 당시 리서치 체계를 고객들의 관점에서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이와 동시에 리서치 센터 운용 체계의 개편을 실시하면서 매도 의견도 낼 수 있도록 주문했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과 관련해 다른 증권사와 달리 매도 의견을 낸 곳이다.
당시 한화투자증권을 제외하고 모든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통합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를 약 22만원에서 최대 30만원으로 상향, 매수 의견을 냈다. 하지만 통합 삼성물산은 합병 당일 주가가 급락했고 주가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이후 삼성물산의 주가는 13만1000원(2015년 8월 24일)까지 내려갔다. 주진형 사장의 예측이 맞았던 셈이다.
주진형 사장은 지난 5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는 객관성에 있어서 쓰는 사람 또는 업자들 사이에서도 별로 신용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목표주가를 실제주가보다 부풀려 잡는 증권업계의 오래된 관행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던 것.
증권업계도 주가 부풀리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론 기업과 마찰이 두려워 쉽사리 목표주가를 낮추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리포트를 쓰면 기관투자자들이 해당 증권사와 거래를 하지 않거나 애널리스트의 기업탐방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업계에서는 “애널리스트 보고서 중 투자의견 ‘유지(hold)’가 나오면 무조건 매도(sell)로 이해하면 된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증권사의 오래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오는 9월부터 괴리율 공시제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차이를 보고서에 표기해야 한다. 이 점에서 KB증권이 업계 최초로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에게 중립·매도 리포트를 일정 비율 이상 내도록 하는 ‘실험’을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만큼 일부 증권사들의 이 같은 모험(?)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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