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BBQ의 ‘양두구육’은 소비자 기만이다

[기자수첩] BBQ의 ‘양두구육’은 소비자 기만이다

기사승인 2017-07-29 05:00:00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안자춘추에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이 나온다.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름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BBQ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가맹점과의 동행을 앞세우며 가맹점에 제공하는 닭, 치킨 파우더, 기름 등 필수품목에 대한 원가를 필요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불문율에 부쳐졌던 원가를 공개함으로써 가격인상과 올리브유 통행세 의혹 등으로 덧씌워졌던 불신의 굴레를 벗어던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자회견에 대해 BBQ공정 프랜차이즈 문화 확립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고 사전 고지했다. BBQ의 이러한 동행정책은 최근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자정과 이를 위한 선구자 역할을 자처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치킨과 피자, 커피, 분식, 제빵 등 핵심 5개분야 50개 가맹본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필수품목에 대한 정보를 직접 분석해 공개하고 필요할 경우 직권조사도 진행한다.

따라서 BBQ의 이러한 결정은 선구자라기보다는 다른 동종업체보다 변화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수를 친 것으로 보기 쉽다.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날짜 역시 모종의 의도를 짐작케 한다. 간담회가 열린 27일은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의 대담(28)을 하루 앞 둔 날짜였다. 협회 측은 이 자리에서 유통마진 공개와 관련된 정보공개 등을 조절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BBQ 측에서 이러한 대담일정을 모를 리가 없다. 제너시스BBQ 윤홍근 회장은 1·2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지금도 명예회장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소비자와 언론을 대상으로 기업의 미래를 설명하는 자리가 윤홍근 회장이 모르게 진행됐을 리도 없다.

협회는 물론 관련업계에서도 당황하는 기색이다. 유통마진은 한국 프랜차이즈 특성상 로열티 대신 가맹본사의 주 수입원으로 활용됐다. 업계 전체에서 통용되고 있는 수익구조를 아무런 의논도 없이 결정해 단행한다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

사실상 단기간에 로열티로의 변화가 어려운 만큼 이러한 ‘로열티 제도 추진’은 면피용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동행정책도 면면을 살펴보면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물품의 원가를 공개해야한다. 이밖에도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품의 평균지급 규모, 매출액 대비 필수품목 구매 비율, 공급가격 상 하한선 역시 알려야한다.

결국 BBQ는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필수품목의 원가를 공개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일각에서 선수를 쳐서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패밀리와 BBQ 동행위원회역시 마찬가지다. BBQ는 판매가와 구매가, 광고판촉에 대한 의사결정은 물론 최근 논란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정을 위한 위원회다. 위원회는 가맹점주들로만 구성돼있으며 취합된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본사에서 반영하는 시스템이다.

이 역시 모호한 꼬리표가 달렸다. 바로 객관적인 가맹점주들이라는 단서다. 위원회 구성과 선출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은 만큼, 사 측이 직접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사측에 가까운 인원들로 구성된 어용노조로밖에 볼 수 없다. 객관성을 유지할만한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에외부인사를 위원회에 두지 않고 내부인원들로만 구성하겠다는 사측의 입장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BBQ 가격인상 논란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소용돌이는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를 뒤덮었다.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종이 몇 장의 상생정책에는 더 이상 속기 어렵다.

적어도 문제가 발생한 직후부터 이러한 상생정책을 가동해왔으며, 가맹점주 측과 이러한 내용에 대해 협조가 된 상태다’라고 소비자들에게 중간보고하는 형태를 갖추었어야했다.

닭을 팔려면 닭을, 양을 팔려면 양을 내걸어야한다. 양두구육은 자만이 그득한 기만일 뿐이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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