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이통사, 통신비 인하 대립각 좁히지 못해…행정소송 가나

과기정통부-이통사, 통신비 인하 대립각 좁히지 못해…행정소송 가나

유영민 장관, CEO 회동에서도 원론적 대화만…행정 절차는 강행

기사승인 2017-08-03 05:00:00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이통3사 CEO들과 연달아 만남을 가졌지만 통신비 인하안을 둔 대립각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유 장관은 지난달 25, 26, 27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을 차례로 만났다. 취임 후 각 이통사 CEO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시에 현안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황 회장과의 만남에서는 5G 서비스가 미래 산업 변화의 근간이 될 것이라는데 공감하면서도 통신비 인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황 회장에게 “저소득층의 생계비를 줄여줘야 하는데 통신비 인하가 이쪽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라는 취지를 전달했다.

업계는 이번 유 장관의 이통사 CEO들과의 회동이 이른바 ‘안면을 트는’ 인사 자리로 마련된 것이라면서도 통신비 인하라는 민감한 현안이 추진되는 시점인 만큼 업계에 협조를 요구하는 의미를 함께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황 회장과의 자리에서와 오간 내용처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도 비슷한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통신비 인하를 사이에 둔 과기정통부와 이통사들의 의견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기정통부가 인하 방안과 관련된 행정 절차에 본격 착수하면서 이통사들은 행정소송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방안은 기존 20%인 선택약정(요금할인) 할인율을 25%로 인상하고 기초연금 수급자 등 취약계층 통신비를 1만1000원 추가 지원하는 등이다. 이를 통해 연 1조6000억원의 통신비 경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관련 이통사들의 의견을 접수하고 이달 중 행정처분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만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의 통신 요금을 감면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이통사들은 로펌에 자문을 구하는 등 법적 대응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일련의 정책이 고스란히 수익에서 빠져나가는 재무적 부담이 너무 크고 법적 정당성도 결여됐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재무적 여파가 너무 커 집행정지 가처분, 행정소송 제기가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은) 저가요금제 가입자에 대한 불평등,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도 “현행 20% 선택약정 할인율을 올리는 것은 단통법 시행과 함께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들에게도 동등한 수준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며 “업계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전가하려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일부 이통사는 이미 선택약정 할인율과 관련해 규정상 정부가 가감할 수 있는 폭이 요금의 5%가 아닌 할인율의 5%포인트라는 점을 뒷받침할 로펌의 의견을 받는 등 논리적 대응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기초연금수급자 추가 요금 감면과 관련해서도 국가 복지 정책의 재원을 민간기업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이통사들이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일련의 정책의 지연될 것이 불가피한 만큼 과기정통부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유 장관은 이통사들이 소송을 진행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장기적인 차원에서 협조를 구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정책 시행을 마냥 늦출수도 없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인 통신비 인하에서 기본료 폐지 부분을 보류한 상태기 때문에 더 물러설 곳이 없는 것이다.

이번 CEO들과의 회동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관 취임 이후 이뤄진 윗선들의 만남”이라며 “실무자 차원의 구체적의 논의가 이뤄질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선택약정 할인과 관련해서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의견서에 입장을 담아 제출할 것으로 이후 향방은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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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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