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공개 코미디의 위기다. 14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SBS ‘웃찾사’는 결국 지난 5월 폐지됐다. MBC 코미디 프로그램는 이미 폐지된 지 오래다. 지상파에서는 공개코미디 부흥의 원조 격인 KBS2 ‘개그콘서트’가 홀로 남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찾아왔다.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선배 개그맨들이 하나 둘 프로그램에 복귀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후배들과 함께 호흡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과거의 전성기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개그맨들의 각오는 비장했다. 2일 오후 6시 서울 여의공원로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2 ‘개그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김대희는 “공중파와 케이블, 종편 채널을 다 합쳐도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두 개 밖에 남지 않았다”며 “저희들 뿐 아니라 무대에 서고 있는 ‘개그콘서트’ 후배들까지 모두가 배수의 진을 치고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개그콘서트’와 함께 타 방송사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같이 부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털어놨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위기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대희는 “공개 코미디라는 포맷 자체가 생명이 다했다고 말씀하신다”며 “하지만 우리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안에서 아직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대희는 공개 코미디의 가능성에 대해 두 가지 예를 들었다. 김대희는 “유민상의 코너에 CG가 등장한다”며 “‘개그콘서트’에서 CG를 사용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유치하면서도 유치함 특유의 웃음을 유발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또 야외에서 찍은 영상을 스튜디오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코너를 만들 수 있지 않냐는 얘기를 제작진과 하고 있다”며 “아직 시도하지 않은 것이 많이 남아있다. 하는 데까지 해보고 더 이상 시도할 게 없다고 느껴지면 그때 포맷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설명했다.
신봉선도 “드라마가 재미없다고 요즘 드라마 자체를 없애진 않는다”며 “그처럼 공개 코미디가 볼 게 없다는 얘기가 나올 때 개그맨과 제작진이 힘을 합쳐서 볼만한 코너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일이다. 공개 코미디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는 가슴 아픈 얘기”라고 털어놨다.
김대희, 신봉선을 비롯해 안상태, 강유미, 박휘순, 김지민, 박성광 등 다수의 선배 개그맨들이 최근 ‘개그콘서트’로 복귀했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활약하다가 하차했던 장동민도 이날 진행되는 녹화를 통해 ‘개그콘서트’에 합류한다. 선배 개그맨들을 중심으로 ‘봉숭아학당’이 부활했고, ‘대화가 필요해’의 프리퀄 버전인 ‘대화가 필요해 1987’, 강유미의 ‘돌아와윰’이 매주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복귀한 개그맨들이 밝힌 ‘개그콘서트’의 1차 목표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 그리고 새로운 스타 탄생이다. 김지민은 “댓글에 ‘개그콘서트’가 재밌어졌다는 얘기가 많더라”라며 “그렇게 인식이 바뀌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성광은 “‘개그콘서트’가 더 잘되려면 신인 개그맨 중에서 새로운 스타가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박휘순은 “집 나갔던 선배들 중심으로 ‘봉숭아학당’을 시작했다”며 “‘봉숭아학당’의 학생이 후배들로 바뀌는 게 저희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1999년 첫 방송된 이후 19년째 이어져온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매주 일요일 오후 9시1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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