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박찬주 사령관 부부 ‘갑질’…정신적 면역시스템의 부제

[이슈 인 심리학] 박찬주 사령관 부부 ‘갑질’…정신적 면역시스템의 부제

기사승인 2017-08-07 16:31:39

성실하고 정직하게 군 생활을 하는 군인들을 부끄럽게 만든 일이 발생했다. 박찬주 제2작전 사령관 부부의 ‘갑질’ 사건이다. 국군 장병을 괴롭힌 박 사령관 부부의 심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국방부는 지난 7월31일 박찬주 제2작전 사령관 부부가 한 공관병에게 인권침해를 가한 사건의 중간 조사결과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해당 사건의 사실 여부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박 사령관 부부를 포함해 공관에 근무하는 병사 6명과 공관장, 운전 부사관, 참모차장 재직 시 부관 등 10여 명이 대상이었다”며 “중간 조사 결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 일부는 박 사령관 부부와 관련 진술인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으나, 상당 부분 사실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제기된 의혹 중 ‘손목시계 타입의 호출 벨 착용하기, 텃밭 농사, 골프공 줍기’ 등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 외에 칼을 휘두르지는 않았으나 도마를 세게 내려친 사실, 뜨거운 떡국의 떡을 손으로 떼어내게 한 것, 박 사령관 부부의 자녀 휴가 시, 사령관 개인 소유 차량을 운전부사관이 운전하여 자녀를 태워 준 행위 등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심리학에는 ‘동일시(identification)’라는 용어가 있다. 정신분석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동일시는 한 개인이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닮아가는 정신 과정을 의미한다. 즉, 한 개인의 둘러싼 환경 속에서 중요한 인물의 생각, 느낌, 행동을 자신의 모습으로 습득하는 현상이다. 다만, 건강한 모습뿐만 아니라 반사회적인 모습까지 동일시하기도 한다. 이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박 사령관 부인은 아마도 자신의 남편인 사령관의 지위와 언행을 동일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가정과 사회라는 환경을 살면서 맞닿게 된다. 가정과 사회, 두 환경은 물리·심리적으로 이어진다. 이때 ‘나(I)’와 ‘내가 아닌 것(not me)’이 가정과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 공존하게 된다.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인과 대상으로부터 가져와 수용하게 된다. 수용하는 형태는 두 가지로 나눠진다. 무조건적인 수용과 비판적인 수용이다. 무조건적으로 타인과 대상을 수용하면, 건강하고 옳은 것은 좋은 영향을 끼치나. 그러나 반대 요소는 악영향을 미친다. 이 반대 요소는 찌꺼기로 비유된다. 이 찌꺼기는 ‘나’의 마음속에 남아 있게 된다. 또 타인의 생각·느낌·행동이 작용하려고 할 때 이 찌꺼기는 악취를 풍기며 나타난다. 이런 과정을 ‘적대적인 동일시(hostile identification)’라고 부른다. 

박 사령관이 공관병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언행을 스스럼없이 사용했을까? 그렇다면 박 사령관 부인도 ‘사령관처럼 행동해도 괜찮다’라는 묵언의 메시지를 수용해왔을 것이다. 박 사령관 부인은 남편을 통해 적대적인 동일시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군 문화에서 부인들의 집단 동일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한 명의 강한 부정적인 언행은 구성원 조직 전체 분위기를 동일시하게 한다. 간부 부인들의 모임에는 보이지 않는 부정적인 제도가 뿌리 깊게 박혀 있을 것이다. 이 부인들은 서로 남편 직위를 부르며 동일시하거나 그 직위에 맞게 상대를 무시하고 억압하고 강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소화되지 않은 부정적인 요소들은 그들 자신에게 흡수되어 대물림 되는 것이다.  

타인의 지위·권력·계급을 자신과 동일시하려 할수록 나의 자아는 사라지게 된다. 결국, 자아를 잃어버린 채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동일시의 어원은 라틴어인 ‘idem’에서 왔다. ‘중성화하다, 무력화시키다(neuter)’라는 뜻이다. 지위가 높은 계급 또는 권력을 가질수록 이 뜻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 내가 아닌 것을 받아들일 때, 그것이 나를 무너트리고 무력화할 수 있다. 이를 과감히 수용하지 않아야 한다. 정신적 면역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게 되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타인이 결국 이렇게 알려주게 된다. “정신 차리세요!”

이재연(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행복한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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