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못 박았다. 보수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됐고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절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2008년이다. 뉴라이트 지식인들이 초대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지난 1948년을 건국절로 지정하자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독립운동 단체는 임시정부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가장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다.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며 "국가라는 게 성립하려면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듯 국민, 영토, 주권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에서 1948년 건국은 자명한 일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더 나아가 건국을 두고 임신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사람으로 치면 대한민국은 1919년 임신되고 1948년 태어난 것"이라며 "건국과 건국 의지를 밝힌 것은 다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며 건국은 건국이다. 견강부회해서 1919년을 건국으로 삼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16일 홍준표 한국당 대표까지 건국절 논란에 가세했다. 홍 대표는 "좌파진영이 1919년 상해 임시정부를 처음 만들었을 때를 건국일로 보는 것은 북한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립됐다는 사실은 헌법에 명시된 사실이다.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여당 측은 '1919년 건국절' 주장을 '친일(親日) 역사 사관'이라고 규정짓는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격인 최재성 정당발전위원장은 "뜻깊은 광복절을 건국절이란 괴상한 기념일로 만들려 한다"면서 "그들(한국당)은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광복보다, 분단으로 어쩔 수 없이 남한에서만 이뤄진 정부 수립을 더 큰 경사라고 생각한다. 이는 독립운동으로 이뤄낸 광복에 친일을 바탕으로 한 그들의 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회는 반으로 나뉘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건국절이 문제가 된다면 역사와 헌법을 부인하는 작태"라고 꼬집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야당을 향해 "헌법정신을 무시한 48년 건국론 주장 등 무의미하고 무책임한 정치, 정쟁을 중단하고 비판과 협력을 통해 시대의 도전에 함께할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바른정당은 서면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광복절 행보가 대립과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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