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론'에 불을 지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를 두고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발단은 홍 대표가 지난 16일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으면서다. 홍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두고 "대통령의 자리는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잘못한 것을 책임지지 않으면 무책임한 것"이라며 "간과하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앞으로 당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또 홍 대표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언급한 것은 그동안 쉬쉬하고 있던 이야기를 공론화해보자는 취지"라며 "당내에서 당당하게 의견을 표현해 활발하게 논의해보자"는 글을 올렸다. 또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비겁하게 숨어서 쉬쉬하다가 당했다"며 "우파 혁신의 출발은 박 전 대통령 출당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홍 대표가 대선 후보 당시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반대했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홍 대표는 지난 4월10일 "정치적으로 시체가 되어버린 박 전 대통령의 등에 칼을 꽂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었다.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친박계 청산 의지로 읽힌다. '친박 프레임'을 지우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희망이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또 바른정당에 통합의 명분을 주는 '제스쳐'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예정이다. 당장 당내 친박계 반발이 불가피하다. 친박계 의원들은 홍 대표를 향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류여해 한국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홍 대표가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 없이 민감한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홍 대표의 발언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당원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수진영에서도 홍 대표를 향해 맹공을 이어갔다. 대한애국당 창당준비위 공동대표를 맡은 친박계 조원진 의원은 홍 대표를 '홍준표씨'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조 공동대표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씨가 정략적 판단 명분을 세우지만 자기가 살기 위한 배신행위”라며 “법원 판결이 본인 원하는 쪽으로 안 가 급한 거 아닌가.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모든 행동을 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 공동대표는 "홍준표는 정치 잡놈의 행태를 한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바른정당도 한국당 주도의 보수 진영 통합 논의에 선을 그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박근혜 출당 제스처는 보수통합 모멘텀을 만들려는 홍 대표의 얄팍한 정치 공학"이라며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은 확정되지 않았고 가능성을 가늠하기도 어렵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당 홍 대표가) 제스처만 하고 있다. 통합이나 연대 논의의 충분조건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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