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유수환 기자] 증권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과열되면서 최근에는 수수료 무료 이벤트 마케팅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달 28일 NH투자증권은 모바일 나무에서 국내 주식을 거래하면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어 이 회사는 7일 이내 신용융자 이자율을 기존 연 5.9%에서 4.5%로 1.4%p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NH투자증권의 이번 이벤트는 그 어느 때보다 파격적이다. 그동안 이벤트에 참여하는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이벤트는 많았다. 평생 무료 혜택을 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대형 호재다. 수수료를 내지 않고 이자율 부담도 적어서다.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쌍수 들고 환영할 만 하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가 무조건 반가운 것은 아니다. 명목상으로는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이벤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위탁매매 사업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를 경쟁적으로 나선 것은 위탁매매를 비롯한 브로커리지(중개) 사업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대형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사업 비중은 (KB증권을 제외하고) 대부분 줄어들었다. 삼성증권의 경우 1년 간 위탁매매 사업 인원 수가 약 94명이 줄어들었다.
12년 연속 주식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키움증권도 마찬가지다. 키움증권의 올해 상반기 사업 부문 가운데 수탁수수료 수익은 811억1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878억4400만원)에 비해 7.66%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수수료 경쟁 인하는 위탁매매 등 브로커리지 사업이 하향세를 띄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저렴한 수수료를 통해서 고객을 유치한 다음 다른 상품 구매를 유도하려는 증권사들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수료 인하 경쟁은 부메랑이 되어 ‘제 살 깎아먹기’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향세를 보이는 위탁매매 사업에서 수수료 수익까지 낮춘다면 해당 사업은 더욱 위축될 여지가 있다. 결국 이 같은 악순환은 지점 폐쇄, 인력 축소, 사업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저조한 수수료 수익률을 만화하기 위해 대출 이자를 높이는 ‘꼼수’까지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증권사 투자자 모두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도를 걷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다. 증권사들은 단기간 수익에 매달리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통한 사업 방향을 틀어야 한다.
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기존의 사업 방향을 틀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의 대명사'였던 삼성증권은 자산관리와 위탁매매 집중도에서 벗어나 IB(투자은행) 사업 비중을 넓히고 있다. 최근 이재용 재판과 관련한 대주주 부적격성 문제로 시련을 겪고 있지만 보수적인 사업 방향을 넓히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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