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신의칙 법원 판결 '오락가락' 혼란…소송 이어지나

통상임금 신의칙 법원 판결 '오락가락' 혼란…소송 이어지나

기사승인 2017-08-31 19:27:28


[쿠키뉴스=이연진 기자] 법원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핵심 쟁점인 '신의칙' 인정 여부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같은 건이라도 심급에 따라 '신의성실 원칙'이 인정됐다가 부정되고, 반대로 부정됐다가 인정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신의칙이 적용되면 회사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추가되더라도 과거 임금까지 근로자에 소급 지급할 필요는 없는데, 재판부에 따라 소급 지급에 따른 사측의 경영·재무적 타격 정도를 달리 판단하기 때문에 판결이 수시로 뒤집히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모든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규정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신의칙을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 성격의 기준을 제시했다.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져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상황, 회사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 우려된다면 문제가 된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빼기로 하는 노사간의 합의나 관례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통상임금 규정에 대한 해석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회사가 어려워지면 결국 회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이어 현대중공업 노사가 벌이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은 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에 넣어달라는 노조의 주장을 인용해 "회사가 63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신의칙을 이유로 회사가 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이밖에 아시아나항공, 현대미포조선 등의 통상임금 소송 사건 또한 1심과 2심의 신의칙 판단이 엇갈린 채로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위아, 현대비앤지스틸, 현대다이모스 등은 1심에서 신의칙을 인정받지 못한 채로,있으며 만도는 1심에서 신의칙을 인정받은 채로 항소심 변론을 진행 중이다. 선례를 감안하면 이들 업체의 항소심 결과 또한 정반대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즉 통상임금이 경영에 큰 타격을 준다면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세부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급심은 대법원의 취지와 달리 추가수당이 인건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현금성 자산, 이익잉여금, 주주배당금 등의 기준을 임의로 추가해 사측의 '신의칙' 항변을 부정하는 근거로 사용한다는 게 재계의 불만이다.

회사의 재정상태를 판단하기 위한 지표도 구체적 기준이 없다 보니 당기순이익상 적자, 대규모 영업손실, 워크아웃 등 회사 재정상 어려움이 입증된 사례에서까지 신의칙이 부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lyj@kukinews.com

이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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