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지정’ 네이버만 불편?…“기성산업 규제에 대한 물음표”

‘대기업 총수 지정’ 네이버만 불편?…“기성산업 규제에 대한 물음표”

네이버·카카오·넥슨, 나란히 준대기업 동일인 지정

기사승인 2017-09-06 21:38:38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카카오, 넥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동일인, 이른바 ‘총수’ 지정을 둘러싼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고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된 제도로 공시의무, 일가친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등 규제 대상이 된다. 기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은 올해부터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일 경우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이번에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겸 GIO(Global Investment Officer)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정주 넥슨 창업주 겸 NXC(넥슨 지주사) 대표를 각사 동일인으로 지정, 실질적 총수로 인정했다. 공정거래법은 기업집단을 동일인이 사실상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으로 정의하며 동일인을 핵심 축으로 기업집단의 범위를 판단하기 때문에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도 함께 지정된다.
 
네이버의 경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네이버 계열 24개사, 라인 계열 13개사, 휴맥스 계열 19개사, 기타 15개사 등 71개사가 지정됐다. 변대규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설립한 휴맥스홀딩스와 계열사부터 휴맥스 계열사 임원의 지분이 있는 회사, 네이버와 사업 연관성은 없지만 이해진 GIO가 사재로 출연했거나 친인척이 대표로 있는 지음, 영풍항공여행사, 화음 등이 포함됐다.
 
특히 동일인으로 지정된 이는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친인척 관련 자료 등을 매년 제출하게 된다. 또 회사의 허위 자료 보고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회사 이익의 개인적 편취 금지 대상이 된다.
 
네이버는 적잖이 불편한 기색이다. 공정위 결정에 대해 “기업이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앞으로도 법이 정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면서도 “이해진 GIO를 네이버 기업집단의 총수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가 일정 규모로 성장한 모든 민간기업들에게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자체가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애초에 네이버는 동일인으로 이해진 GIO가 아닌 법인 자체로 지정돼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해 왔다. 기업집단 총수 지정은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을 의미하는 이른바 ‘재벌’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며 네이버의 지배구조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기존에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경우는 포스코, KT와 같은 공기업 성향의 민영화 기업들뿐이다.

반면 카카오와 넥슨은 공정위 결정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공시와 신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카카오·넥슨과 달리 네이버가 유독 공정위 결정에 이의를 갖는 이유로는 우선 동일인의 보유지분 현황이 꼽힌다.
 
이해진 GIO의 네이버 지분율은 4.31%다. 최대 주주는 10.61%를 보유한 국민연금으로 이해진 GIO의 두 배 이상 지분율을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에 따라 이 GIO가 지분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을 뿐더러 의사회 결정에 따른 해임마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일가친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나 계열사 순환출자 등을 통한 지배력을 갖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네이버에 따르면 모기업 네이버는 100%에 가까운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며 손자회사는 자회사 아래로 들어가는 수직계열 구조를 갖는다.
 
수직계열 구조라는 점에서는 카카오와 넥슨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동일인의 보유 지분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차이가 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지분율은 18.52%며 자신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의 14.68%까지 합치면 사실상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셈이다. 넥슨 역시 50%에 가까운 NXC 지분을 김정주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카오와 넥슨은 실질적 지배력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네이버의 이의 제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분구조를 통한 지배력 평가와 별개로 총수 지정의 취지 자체가 IT업계로 대변되는 첨단 산업 구조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제도의 취지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이 발생하는 기존 재벌기업의 순환출자를 통한 복잡한 지분구조 등을 감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며 “네이버를 포함해 근 20년 안에 성장한 벤처, 첨단 산업을 보면 이런 구조를 가진 곳은 거의 없이 대부분 수직계열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IT 플랫폼 기업은 하청으로 만든 부품을 원청에서 조립·판매 하는 제조업 등과 달리 개별 개발사에서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로 업태와 지분구조에 차이가 있다”며 “네이버의 주장은 기성 산업의 재벌기업을 재단하려는 규제를 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물음표를 던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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