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이동통신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통신비 인하 대책’ 이슈가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통 3사와 알뜰폰(알뜰통신)의 ‘상생’이 한 차례 더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6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 CEO와의 간담회 자리를 갖고 이들에게 과열경쟁 자제, 알뜰폰·유통망과의 상생 등을 요구했다.
이통사들이 상생 방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은 알뜰폰이 임대해 사용하는 망에 대한 도매대가를 낮추는 것이다.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통사의 망을 사용하는 데 따른 비용을 줄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 서비스·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요구해온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이통 3사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비용 부담 문제로 기존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에 대한 행정소송까지 검토하며 반발했지만 결국 정부의 기조에 따르기로 결정했고 앞으로도 보편요금제 마련과 공공와이파이 확충 등 통신비 인하를 위한 비용 부담이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로 따라가면서 앞으로 법 개정 등에 따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알뜰폰과의 상생도 결국은 이통사가 비용을 더 부담해야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부담은 지워주면서 5G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도 구체화 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사에 지불하는 망 사용 비용은 대략 서비스 요금의 절반 수준이다. LTE 서비스를 기준으로 이통사가 45%, 알뜰폰 사업자가 55%를 가져가는 형태다.
알뜰폰 업계의 요구는 현재 이통사에 지불하는 부분을 약 10% 낮춰 양측 배분을 65대 35 수준으로 맞추자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통신 시장 관련 정책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바 있지만 이후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는 순수하게 이익으로 잡히는 이 부분이 줄어들게 되면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고 알뜰폰은 현행 55% 내에서 자체 마케팅 비용 등을 모두 부담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알뜰폰 사업자는 매년 이뤄지는 도매대가 협상이 올해 3분기가 지나가는 현 시점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따른 불만도 갖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서비스 요금제 등 마케팅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라는 것이다.
도매대가 협상은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과 과기정통부의 논의에 따라 기준이 마련되고 KT와 LG유플러스도 이에 맞춰 가격을 설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올해는 새 정부의 조직개편이 진행되고 통신비 인하 등 정책 이슈가 숨 가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도매대가 협상이 기약 없이 미뤄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도매대가 인하로 이익이 감소하는 부분보다 현재 전체 5000만 가입자 시장에서 약 700만 수준에 불과한 알뜰폰의 경쟁력을 함께 키워줌으로써 건전한 시장 경쟁을 확대할 수 있는 효과도 함께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