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자유한국당(한국당)과의 '통합론' 논의는 일단 물 건너간 분위기다.
바른정당 지도부는 10일 최고위원 만찬을 열고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유 의원이 전면에 나서야 당의 와해를 막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 의원, 김무성 의원 등 현역 의원 18명은 대부분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의원과 유 의원은 입맞춤을 하는 등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유 의원은 대표적인 '자강론'파 다. 그는 같은 날 오전 SNS에 글을 올려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면서 "허허벌판에 나와서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개척해보자고 했던 우리가 편하게 죽는 길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통합론은 없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유 의원은 지난 8일 인천 남동구 한 호프집에서 강연을 연 자리에서도 "지금 어렵다고 처음 추구했던 길을 포기하고 한국당에 기어들어 갈 수 없다"면서 "흡수통합은 한국 정치의 퇴보"라고 발언했다.
앞서 지난 7일 이혜훈 바른정당 전 대표가 전격 사퇴하자 한국당에서는 통합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이 전 대표는 대표적인 '자강론'을 주장해 온 인사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을 연 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언젠가는 같이 가야 한다"며 "시간의 문제이지, 절대 불가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물러난 것을 계기로 통합논의가 가속화될지 여부는 시간을 갖고 지켜보겠다"면서도 "우리 당은 바른정당 의원들이 넘어오는 방식으로 '흡수통합' 형태가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11일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유 의원의 비대위원장 등판에 대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통합론을 재차 강조했다. 김 의원은 "난리통에는 부모형제도 헤어진다고 하는데 이제 대선이 끝난 지 꽤 됐으니만큼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힘을 합쳐 미래 수권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바른정당 내에 유 의원이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바른정당이 유 의원의 사당(私黨)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날 열린 만찬에서 김 의원은 비대위 체제 전환보다는 주호영 권한대행 체제가 낫지 않냐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통합론'파 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체제로 갈지 시간을 갖고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