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와 히딩크측의 입장 표명이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종전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부임 희망설이 나돌자 축구대표팀의 부진한 성적과 맞물려 비난의 화살이 축구협회로 쏠렸다. 그러자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재단 노제호 사무총장에게 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며 “아직 위원장 업무를 하지 않을 때 히딩크측 대리인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발단은 지난 6일 한 방송매체가 히딩크측 관계자의 말을 빌려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 매체는 “히딩크는 잉글랜드, 러시아 대표팀 감독 제의를 거절하고 올해 초엔 중국 프로축구 구단의 잇따른 거액 연봉 감독 제의도 거절했다”면서 “히딩크가 우리나라 대표팀 감독에 의사를 표한 이유는 돈보다는 정서적 이유가 크다”고 적었다.
여론은 들불 번지듯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특히 매체가 ‘정서적인 이유’라는 표현을 쓰면서 히딩크 전 감독을 연호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본선에 진출 당했다’는 조롱은 적절한 윤활제가 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우즈베키스탄 원정전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그런 적 없었고, 불쾌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히딩크 전 감독이 직접 미디어에 얼굴을 드러내며 다시금 여론이 불타올랐다. 어제(14일) 네덜란드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에 있는 히딩크재단 사람을 통해 지난 여름 축구협회 내부 인사에게 내가 한국 축구를 위해 도움이 된다면 일을 하고 싶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히딩크 감독의 직접 발언으로 김 위원장에게 다시금 이목이 쏠렸다. 김 위원장은 “사실은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비판이 다시금 끓어오르게 된 순간이다. 김 위원장은 아직 기술위원장직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톡을 찾아보니 지난 6월19일에 대리인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땐 내가 기술위원장도 아니었고, 뭐라 확답을 할 위치나 자격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6일 기술위원장장에 임명됐다. 즉 선임 7일 전 의사전달을 받은 셈이다.
이와 함께 공개한 메시지에서 노 사무총장은 “부회장님~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 국대 감독을 히딩크 감독님께서 관심이 높으시니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남은 두 경기만 우선 맡아서 월드컵 본선진출 시킬 감독 선임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월드컵 본선 감독은 본선 진출 확정 후 좀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찾는 게 맞을 듯 해서요~ㅎ”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4일 장시간 회의와 기술위원들의 투표를 거쳐 신태용 현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넘겼다. 당시 한국은 이란 홈경기, 우즈벡 원정경기를 남겨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