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무리뉴 감독이 5경기 만에 ‘쿠만 징크스’를 넘었다. 잘 나가다가도 쿠만 감독이 이끄는 팀만 만나면 걸려 넘어졌던 무리뉴 감독이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는 것을 증명했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8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올드 트레포트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에서 로날드 쿠만이 이끄는 에버튼을 4대0으로 완파했다.
일찍이 발렌시아의 골로 앞서간 맨유는 경기 막판 미키타리안·루카쿠·마르시알이 골 폭풍을 몰아치며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에버튼은 친정팀에게 폭격을 가하는 루카쿠의 활약을 그저 지켜봐야 했다.
▶무리뉴에게 유독 강했던 ‘7위 청부사’
맡은 팀을 적어도 7위에 올려놓는다고 해서 ‘7위 청부사’로 불린 쿠만은 전방부터 시작되는 강한 압박과 골 게터를 활용한 밀도 높은 득점으로 ‘돈의 전쟁’이 된 EPL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전술적 완성도는 비교적 약팀으로 분류된 사우샘프턴에 ‘돌풍’이란 호칭이 붙게 만들었다.
쿠만은 유독 무리뉴에게 강했다. 지난해 6월 에버튼으로 부임해 대 맨유전을 모두 1대1로 마크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무리뉴가 첼시 감독으로 우승컵을 들던 시즌(2014-2015)에도 경기를 내주지 않았다.
무리뉴의 ‘첫 번째 고통’은 2014년 12월28일 사우샘프턴 홈구장인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그 경기에서 발생했다. 당시 무리뉴는 아자르, 코스타, 파브레가스, 이바노비치 등 주전 멤버를 총 동원했지만 전반 16분 선제골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전반 추가시간 아지르가 골대 우측 하단을 찌르는 감각적인 골을 넣지 않았다면 사우샘프턴은 승점 3점을 챙겼을 것이다.
2015년 3월15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번째 리그 경기에서도 첼시는 웃지 못했다. 전반 10분 만에 코스타가 선제골을 넣을 때만 해도 첼시는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8분 뒤 사우샘프턴은 패널티킥 골로 동점골을 넣는 데 성공했고, 이후에도 마네-완야마로 이어지는 날카로운 공격으로 스탬포드에 비수를 꽂을 뻔했다. 사우샘프턴 붙박이 골키퍼 포스터의 연이은 슈퍼 세이브도 빛났다.
첼시는 다음 시즌 사우샘프턴에게 ‘무장해제’ 당했다. 2015년 10월4일, 태업논란으로 악몽 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던 첼시는 홈으로 사우샘프턴을 불러들였다. 분위기 반전을 하겠노라 다짐한 경기였고, 시작은 좋았다. 전반 9분 윌리안이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시원하게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팀 조직력이 일그러진 시기였다. 전반 43분 데이비스의 동점골로 포문을 연 사우샘프턴은 마네, 펠레가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스탬포트에 악몽을 각인시켰다. 무리뉴는 같은 해 12월 팀에서 경질됐다.
▶또 쿠만? 압도적인 전력 차가 만들어낸 결과
‘무리뉴가 또 천적 쿠만을 만났다’는 경기 전 평가는 무색했다. 이번 시즌 두 팀의 전력 차는 분명했다. 이날 승리로 맨유는 4승1무(골득실 +14)로 맨체스터 시티(4승1무 +14)와 함께 선두그룹을 유지했다. 5경기에서 16골을 몰아치는 와중에 실점은 단 2골로 틀어막았다. ‘퍼거슨 시대’를 연상할만한 경기력이다.
반면 에버튼은 1승1무3패 골득실 -8로 강등권까지 쳐진 상황이다. 이번 시즌 ‘BIG6’로 점쳐졌던 팀으로는 무기력함의 연속이다. 5경기 10실점으로 리그 최다 실점의 불명예를 안은 에버튼은 웨인 루니를 앞세운 공격라인마저 5경기 2골로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다. 골 게터를 십분 활용하는 쿠만의 전술 알고리즘상 핵심 공격수 루카쿠가 이탈한 게 아무래도 뼈아팠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