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히딩크 와도 이동국은 국가대표일까

[옐로카드] 히딩크 와도 이동국은 국가대표일까

히딩크 와도 이동국은 국가대표일까

기사승인 2017-09-20 07:00:00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나이 마흔을 눈앞에 둔 이동국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998년 월드컵 무대를 밟을 당시의 앳된 모습은 지금에 와서 ‘맏형’ 이미지로 완연히 걷어졌다. 그라운드에서는 살아있는 역사로, 그라운드 밖에서는 한 마디 말에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동국의 성인대표팀 차출은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그의 나이와 정신적인 역할, 실제 그라운드 투입 가능성이 최근 도마 위에 올랐다. 체력적으로 왕성했던 시기에도 대표팀 승선이 들쑥날쑥했던 그였기에 한국 축구사를 함께해온 팬들의 시선은 온탕과 냉탕을 오간다.

최근 이동국의 발언이 언론을 탔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성인 축구대표팀 부임설이 한창 뜨거운 감자인 때에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본선 진출에 힘을 쓴 만큼, 믿음을 줘야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짤막하게 의견을 말했다.

여론이 순식간에 식었다. 게 중에서도 눈에 띄는 반응이 있다.

‘2002년의 악감정이다. 히딩크가 감독으로 오면 대표팀 부름을 받지 못할까봐 욕심을 부리고 있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정말 히딩크가 감독으로 오면 이동국은 안 뽑힐까? 수많은 팬들이 궁금할법한 주제다.

그에 앞서 따져볼 건 이동국이 정말로 대표팀에 욕심이 있는지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동국은 국가대표에서 수차례 아픔을 겪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명단 제외,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저조한 득점력으로 질타의 대상이 됐다. ‘게으른 천재’란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던 그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 경질 후 대표팀 차출설이 불거졌을 때 그는 “내가 뽑힐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신태용 감독은 이동국을 설득하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승선한 이동국은 “내가 들어가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멋쩍은 반응을 내놓았다. 그리고 “대표팀에 선발된 것에 기쁨보다 책임감을 더 느낀다”면서 부담스런 각오를 다졌다.

이동국은 1979년생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 살이 된다. 역대 한국 축구대표팀 두 번째 최고령이다. 이동국은 소속팀에서 한창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역으로는 황혼기라 할 만한 때에 또다시 독이 든 성배에 욕심을 부릴만한 동기가 없다.

이동국은 대표팀 입장에서 매력적인 옵션이다. 지난 1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포항과의 경기에서 이동국은 1골 2도움으로 팀의 4대0 완승을 이끌었다. 이날 골로 통산 197골 71도움이 됐다. 이미 최다골 기록 보유자인 그는 골을 넣을 때마다 새 역사를 쓰는 셈이 된다. 이날 2도움으로 사상 첫 70-70클럽 가입자가 되기도 했다. 

39세로는 믿기 힘든 폼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동국을 뽑을 이유는 충분했다. 그라운드에서 당장 활용 가능한 자원인 데다가 맏형으로서 동생들의 정신력을 책임질 수 있다.

이동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우즈베키스탄 2경기에서 후반 끝자락에 짤막하게 출전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골 게터로서 침착한 슈팅 시도가 눈에 띄었다. 우즈벡전 회심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힌 것을 놓고 ‘제2의 카페베네’를 말하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이동국의 슈팅은 답답한 ‘변비축구’를 뻥 뚫어주는 시원함이 있었다.

후반 조커로서 가치를 입증했다 할 만하지만 선발 자원으로도 나쁘지 않다. 이동국은 이번 시즌 전북에서 총 21경기 출전했는데, 7경기를 선발로 나왔다. 풀타임 활약한 적은 없지만 순도 높은 득점력으로 잦게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 등 정통 골잡이로 풍성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축구대표팀은 그렇지 않다. 설령 히딩크 전 감독이 온다 해도 이동국은 매력적인 카드다. 히딩크가 과거 앙금이나 지연을 따지지 않고 경기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더욱이 활용가치가 높다. 그만큼 현재 한국은 골잡이에 목말라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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