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포비아’ 논란에 휩싸였던 업체들은 한 숨 돌릴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시중에 유통·판매되고 있는 생리대 논란과 관련해 사실상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 ‘최악의 조건’ 가정해도 ‘인체무해’
28일 식약처는 국내 유통되는 생리대와 해외 직구 제품 등 총 666개 생리대를 대상으로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10종의 전체 함량을 측정하는 위해평가를 시행했다.
VOCs는 유기화합물 중 끓는 점이 낮아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하는 휘발성이 있는 물질을 총칭하는 단어로 톨루엔·벤젠·자일렌·에틸렌·스타이렌 등이 대표적이다.
식약처는 생리대를 초저온으로 동결·분쇄한 뒤 고온으로 가열해 생리대에서 유출되는 휘발물질을 측정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며 문제 휘발물질의 인체흡수율을 100%로 가정하는 등 ‘최악의 조건’을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실험결과 국내 유통되는 생리대 66개의 안전역은 모두 1 이상을 기록해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종류별로는 일회용 생리대 성분별로 9~626, 면 생리대 32~2천35, 팬티라이너 6~2546, 공산품 팬티라이너 17~1만20854, 유기농 등 해외 직구 일회용 생리대 16~4423의 안전역을 나타냈다.
이는 생리대 하루 7.5개씩 한달 7일간 월 52.5개, 팬티라이너는 하루3개씩 매일 사용해 월 90개를 사용하는 조건에서도 충분한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뜻이다.
또한 검출된 VOCs 종류와 양에는 차이가 있었으나 건강에 해를 끼치는 정도는 아니었으며 생리대 원료나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생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기저귀 역시 시중 유통되는 380개 품목 조사한 결과 모두 안전기준에 적합했으며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위 5개사 10개 기저귀를 우선 검사한 결과에서도 VOCs 검출량이 매우 낮아 위해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케미포비아 논란에 업체만 울상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이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 3월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시중에 유통·판매되는 생리대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강원대 김만구 교수 연구실에 실험을 의뢰했다.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해당 실험에서 11개 제품 200여개 화학물질이 발견됐다. 특히 휘발성유기화합물과 같은 유해물질이 22종 검출됐다.
가장 많은 유해물질이 검출된 일회용 생리대가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 생리대로 공개되면서 환불요구와 불매운동 등 논란은 커져갔다.
논란과 의혹은 여성환경연대가 릴리안을 제외한 다른 생리대 품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커져갔다. 당시 여성환경연대는 “최근 릴리안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도 강원대 연구팀의 단독 결정”이라면서 “릴리안 뿐 아니라 전 제품과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사건이 커지면서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 준비 모임’ 3000여명은 이달 8일 2차 손해배상 청구소장을 제출했다.
1차 소송의 청구액은 90억원대로 1인당 200만~300만원의 청구액수가 책정됐다. 위자료와 병원 치료비를 함께 요구한 소비자들은 300만 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총 청구금액은 120억원대 규모에 달했다.
유한킴벌리 역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공개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유한킴벌리 측은 자사 생리대가 식약처 사전허가를 받아 생산 공급되며 국내외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 여론은 차가웠다.
이후 식약처가 제조사 동의를 얻어 트리플라이프 그나랜시크릿면생리대, 깨끗한나라 순수한면 울트라슈퍼가드, 유한킴벌리 좋은느낌 울트라중형 날개형A, 엘지유니참 바디피트볼록맞춤 울트라슬림날개형, P&G 위스퍼 보송보송케어 울트라날개형, 엘지유니참 바디피트 귀애랑 울트라슬림 날개형 등의 제품명이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이 해외 유기농 생리대를 직구하는 사태도 이어졌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