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미해결과제] ‘위안부 합의’ 2년…피해자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文정부 미해결과제] ‘위안부 합의’ 2년…피해자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사승인 2017-10-04 05:00:00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 후 약 2년이 흘렀다. 피해자들은 위안부 합의 원천무효를 요구하고 있다. 남은 생존자는 고작 36명.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다시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지난해 7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됐다. 지난 2015년 12월28일 한일 정부가 체결한 위안부 합의의 산물이다. 당시 일본은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약 108억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일 양국은 피해자들은 배제한 채 밀실에서 합의를 체결해 ‘밀실 합의’라는 비판여론이 일었다. 피해자들은 “우리의 의견을 배제한 졸속 합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화해·치유재단 출범 후 약 1년이 지났다. 재단의 거취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부관장은 지난달 18일 열린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자원 및 기념 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화해·치유재단은 잘못된 합의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해체해야 마땅하다”면서 “조직을 재편성하더라도 우선은 해체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단 해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혜인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원은 “합의가 파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 혼자서 결정할 일은 아니다”라며 “신중히 고려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장관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화해‧치유재단의 설립 과정, 설립 이후 재단 운영, 출연금 집행 실태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점검 결과를 토대로 외교부와 상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화해‧치유재단의 배경이 되는 위안부 합의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ommittee against Torture·CAT)는 지난 5월 한국 관련 보고서를 통해 “한‧일 양국 간의 합의는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 및 재발 방지 약속 등에 대해서는 충분하지 못한 합의”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재협상을 권고한 셈이다. 정부도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11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전 정부에서 이뤄진 위안부 합의는 우리 국민, 특히 피해자들에 의해 수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하자”고 말했다. 또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는 “외교부에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위안부 합의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작업이 끝나는 대로 외교부가 적절한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간에서도 위안부 합의 원천 무효를 위해 나섰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은 지난달 26일 “오는 11월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가 열린다”면서 “활발히 로비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위안부 합의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 뒤,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할 계획이다.

다만 일본의 거센 반발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지정은 양국 간 진행한 합의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도 같은 날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와 만나 “피해자 추모비 건립은 한‧일 정부 간 합의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난색을 표했다. 앞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의결, 매년 8월14일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했다.

정대협 생존자복지팀 류지형 팀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만 위안부 합의가 의미 있다고 우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사회를 포함해 우리 국민과 정부 역시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계속 위안부 합의를 붙잡고 늘어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합의 원천 무효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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