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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지만 구슬땀의 양은 오히려 배가되었다. 평가전일 뿐이지만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경기 결과에 따라 경질설이 나올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러시아와 A매치 평가전을 치른다. 사흘 뒤인 10일에는 아프리카 복병 모로코와의 평가전이 기다리고 있다.
좋은 말로 관심, 나쁜 말로 ‘어그로’가 쏠렸다. 이미 여론은 범람 상태다. 밀레니엄 이후 최악의 경기력이란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히딩크’라는 기폭제가 논란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전·현직 임직원들이 협회 돈을 마음대로 쓴 사실이 밝혀지며 전 방위적인 개혁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열리는 평가전이다. 결국 신 감독은 청량감 넘치는 경기력으로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간 부담스런 상황이 아니다.
신 감독은 지금껏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슈틸리케 전 감독이 남기고 간 월드컵 본선 탈락의 기로에서 무게가 상당한 지휘봉을 잡아 어쨌든 결과물을 만들었다. 축구협회 역시 오로지 결과만 바라보고 감독을 선임했기 때문에 본선까지 감독직을 보장하는 것은 타당한 선택이다.
하지만 현재 히딩크라는 화두가 한국축구에 끼얹어졌다. 신 감독의 본선 임기 보장이 원칙이라면 히딩크라는 옵션은 오로지 성적에 초점을 맞춘 논리다. 원칙이 아무리 중요하게 여겨진다 해도 여론이 이렇게까지 기운 이상 마냥 원칙만을 고집할 순 없다. 이번 평가전이 ‘단두대 매치’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신 감독에게 준비시간이 많지 않았다. 신 감독은 대표팀 감독이 되고 불과 2달여 만에 아시아 랭킹 1위 이란과 실전을 치렀다. 그리고 닷새 뒤에는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던 우즈베키스탄과 맞붙었다. 이 과정에서 평가전은 한 차례도 없었다. 그야말로 워밍업 없이 링 위에 오르는 권투선수의 처지였다.
신 감독은 앞서 실패한 ‘유럽파 일단 차출’ 원칙을 과감히 깨고 당장 그라운드에 세울 수 있는 선수를 뽑았다. 가용 자원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동국을 발탁한 것 또한 고개를 끄덕일만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논두렁 같은 홈구장 잔디와 주장 김영권의 발언, 우즈벡전 직후 헹가래가 히딩크 부임설과 맞물려 질타의 대상이 됐다.
다급했던 최종예선이었다. 신 감독 입장에서 축구철학을 미처 녹여낼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신 감독이 이번 평가전에서 풀어야 할 큰 과제가 산적하다. 득점력 부재, 수비 불안, 중원 장악력 부족 등 모든 포지션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선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K리그 소속 팀들이 피해를 감수하고 선수 차출에 협조했던 터라 이번 2차례 평가전에선 해당 선수들을 소집하지 않았다.
K리그 선수 배제로 이동국, 김신욱, 양동현 등 타겟형 스트라이커가 명단에서 빠진 상태다. 제로톱과 같은 새 전술을 심도 있게 운용해볼 만하다. 국가대표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손흥민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수비 역시 새로이 점검해야 한다. 지난 두 경기에서 활약했던 전북 수비수들이 없어 중국 슈퍼리거 중심의 수비구성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장현수, 윤석영, 오재석 등 J리거와의 조합도 점검해야 한다.
중원은 부상에서 복귀한 기성용의 합류로 활기를 띨 전망이다. 여기에 구자철, 권창훈, 남태희 등도 비교적 적은 이동거리로 컨디션 조절에 용이하다.
신 감독 입장에서 월드컵 본선 못지않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평가전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러시아로 쏠렸다.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의 축구철학을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