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4차산업혁명위원회 우려

용두사미 4차산업혁명위원회 우려

4차산업혁명에 보건의료, 제약·바이오는 없었다

기사승인 2017-09-29 00:20:00

초연결, 초지능을 핵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발돋움시킬 시대적 변화라며 대통령 산하 직속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리고 지난 26일,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당초 설계나 계획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치듯 하다. 당초 총리급 위원장 아래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정부부처의 당연직 위원들이 대거 배치돼 새 시대를 열어갈 정책결정과 장벽 없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은 허상으로 그치는 모습이다.

위원장은 사실상 장관급으로 격하된 상황에서 민간전문가인 장병규 블루홀 의장이 선임됐다. 당연직 정부위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직무대리가 맡았다. 문미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은 간사로 참여한다.

민간위원으로는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산업계 9명, 학계 9명, 연구계 2명이 위촉됐다. 문제는 분야별 전문가에 보건의료계와 제약바이오산업계는 포함되지 않았다. 생명공학, 보건복지로 범위를 넓혀도 산업계는 ICT, 전자공학 전문가가 전부다. 

◇ 20명 민간전문위원 중 보건복지 주변인만 2명?

그나마 학계출신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백성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와 강민아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를 분야 전문가로 꼽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제약ㆍ바이오산업과는 괘를 같이한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강민아 교수의 경우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건강정책 박사학위를 받았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은 강 교수를 “글로벌 차원에서의 보건의료ㆍ사회복지 정책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실제 강 교수는 포럼 등을 통해 보건복지 분야의 공적무상원조(ODA), 남북한 의료통합의 선결조건 등 보건복지제도에 대한 식견을 드러내왔다.

그러나 강 교수의 경력사항과 이력을 살펴보면 보건의료계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인사다.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보건행정과 복지, 국제관계에 대한 전문성은 갖춘 것 같지만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행정과 교육, 경력개발 영역에서 주로 활동해왔던 이로 보건의료의 4차산업혁명을 선도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게다가 “후생유전학, 암연구 등 바이오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과학자”라고 소개된 백성희 교수 또한 암전이의 기전을 발견하는 등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및 제약ㆍ바이오분야와의 연계성이나 인프라가 넓지는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제약계 관계자는 일련의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변질됐다”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이나 기술집약적 산업이라고 평가받는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정부 이해도가 아직 과거 화학기반 합성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에 보건복지 분야를 관장하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또한 불만을 표출했다. 보건복지와 관련된 의견을 전달할 수는 있지만 심도 깊은 논의나 현장의 목소리가 직접 전해지고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창구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의료라는 전문분야의 미래와 변화를 이야기해야하는 상황에서 위원 대부분이 ICT 관련 전문가로 구성돼 보건의료와 제약바이오에 대한 논의를 얼마나 깊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답답하다는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보건의료ㆍ제약바이오, 논의의 창은 항상 열려있다”

위원회는 일련의 실망과 우려에 대해 걱정할 것이 없다고 입장이다. 위원장의 위상이 떨어지거나 위원회가 축소됐다는 것은 오해이며 보건의료 및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의견개진과 논의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문단 관계자는 위원회 위상과 관련해 “법제처 심사과정에서 민간위원장을 ◯◯급으로 지칭할 수는 없지만 장관위원들을 아우르는 만큼 사실상 대우는 총리에 가깝다. 더구나 다양한 분야의 민간전문가를 최대한 늘리다보니 정부위원 수가 줄어든 것”이라며 “오해”라고 일축했다.

이어 “10월 위원회 회의를 거친 후 11월 중 범부처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종합대책을 세우기 위해 각 부처별로 안건을 만들어 제출할 수 있으며 이후 수시로 해당 부처에서 의견을 제시해 장관이 설명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10월 중 위원회 산하 분과위원회를 설치하고 논의가 필요한 분야별 전문가들을 분과위원으로 위촉해 논의의 깊이와 폭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현안이나 논의가 필요한 안건이 있을 경우 특별위원회도 상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결국 운영의 문제”라며 “분야별, 정책 우선순위, 해당 부처의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2월 경 세부 계획이 수립되겠지만 업계나 부처의 의견이 있다면 분과나 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주제별로 충분히 반영시킬 수 있는 가능성 열려있다”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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