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카 선점 나선 KT…SKT 낄 자리는?

커넥티드카 선점 나선 KT…SKT 낄 자리는?

기사승인 2017-09-29 05:00:00


KT가 메르세데스 벤츠 등 13개 자동차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선점에 나섰다. BMW와 손잡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SK텔레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됐다.

◇ KT “2020년 국내 시장 91% 잡겠다”

KT는 28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3개 자동차 브랜드와 협력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2022년 커넥티드카 사업에서 매출 5000억원을 달성, 자동차 소프트웨어(SW) 전문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KT가 내세운 차량용 솔루션 명칭은 ‘기가드라이브’다. 2년여 동안 100명 이상의 개발자들과 1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개발했다는 이 솔루션은 통신 네트워크부터 타 시스템과의 연동을 위한 400여개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음악·지도·내비게이션과 같은 인포테인먼트, 차량 실시간 관리와 빅데이터 분석 등의 서비스를 포함한다.

KT는 현재 계약을 맺은 자동차 브랜드의 국내 커넥티드카 시장 점유율은 75%에 달한다고 밝혔다.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할 2020년에는 점유율 91%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계약을 맺은 자동차 브랜드는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 현대자동차, 르노삼성 정도만 공개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우선 KT가 이들 자동차 업계에 제공하는 주요 솔루션은 통신 네트워크다. 차량에 내장되는 통신용 유심 칩 e-심(Embedded SIM)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해외 국가에서도 현지 KT 통신 파트너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서의 서비스 제공도 논의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KT는 이 같은 네트워크-서비스 연동 플랫폼을 ‘단독’으로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과 같은 경쟁사 네트워크 서비스는 비집고 들어올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KT의 목표대로라면 향후 국내 커넥티드카 서비스는 대부분 KT 네트워크를 사용하게 되는 꼴이다.

또한 KT는 향후 기가드라이브 솔루션을 통해 차량에 내장되는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가지니의 인공지능 솔루션을 기가드라이브의 주요 기능과 연계해 콘텐츠, 내비게이션, 결제, O2O(온-오프라인 연결), 음성비서, 차량상태 점검 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고객사들과 협의를 통해 약 1년 동안의 연동 테스트 후 고객사 차량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 KT의 커넥티드카 독점?



하지만 KT의 기가드라이브가 이들 자동차 브랜드에 ‘독점적’ 커넥티드카 솔루션이 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재 국내 기업의 커넥티드카 사업은 초기 단계로 통신사뿐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IT업계 전반에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제조사 자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외에 인터넷‧모바일 서비스가 결합된 솔루션까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 네이버는 차량 공유 서비스 ‘그린카’에 자체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어웨이’를 적용하고 있으며 카카오도 현대기아자동차와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플랫폼 ‘카카오I’ 기반 서비스를 제네시스 ‘G70’에 탑재했다.

SK텔레콤 역시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를 ‘T맵’ 내비게이션에 접목해 차량용 서비스 기반 확대에 나선 상태다. T맵의 경우 SK텔레콤 자체 집계 결과 월 이용자 1000만 이상으로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선두인 만큼 이를 중심으로 서비스 확대에 나선 것이다.

또한 SK텔레콤은 지난해 BMW와 커넥티드카 ‘T5’를 선보이는 등 협업 관계를 이어가며 커넥티드카 솔루션 개발에 나선 상태다. 올해 서울모터쇼에서도 KT가 현대자동차와 연동 서비스를 선보일 때 같은 그룹 기아자동차와 협업 시연을 진행한 바 있다.

즉 적어도 애프터마켓 단계 서비스인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에서는 KT 기가드라이브의 경쟁자가 다수 있으며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다양한 대안 중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서비스를 선택할 여지가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 자체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에도 공을 들여온 만큼 이를 고스란히 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KT는 자동차 업계와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솔루션을 공급하는 입장에서 고객사와의 계약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 실제 KT가 독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항은 자동차 브랜드 단위로 계약이 이뤄졌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솔루션을 어떤 차종에 적용할지 여부를 제조사들이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KT 역시 커넥티드카 솔루션 전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단 “네트워크-서비스 연동에 대해 독점적”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해 현대자동차 ‘블루링크’ 서비스가 현재 KT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것처럼 회선에 대한 계약 성격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단 이 경우에도 네트워크 사업이 중심인 SK텔레콤 등 통신사는 어느 정도 시장 선점을 허용한 상황이 된다. 향후 인포테인먼트 등 각종 서비스 협업을 진행할 수 있더라도 네트워크 기반은 내준 꼴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경쟁사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모르지만 회선에 한해서는 선점 움직임을 보인 것이 사실”이라며 “SK텔레콤은 현재 누구와 T맵 결합과 같은 애프터마켓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파트너 관계에 있는 자동차 제조사들과 다양한 협업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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