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 경호처 경호 횟수가 현직 대통령을 제쳤다. 이 전 대통령의 '황제 경호' 논란은 지난 2014, 2015년에 이어 3년째다.
29일 쿠키뉴스의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5월10일부터 8월까지 총 53회 경호활동을 지원받았다. 같은 기간 현직인 문 대통령은 총 48회(국내 46회, 해외 2회)의 경호를 받았다. 이는 문 대통령 단독 경호와 김정숙 여사 동반 경호를 모두 합친 숫자다.
이 전 대통령이 받은 53회의 경호 중 단독 경호는 39회, 김윤옥 여사 동반 행사 경호는 14회였다. 해외 행사도 1차례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7월18일 4박5일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그는 '엑스포 2017'을 참관하고 한인 기업 대표들을 만나는 일정에서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았다. 김윤옥 여사의 경우, 단독 경호 횟수는 21회였다. 모두 국내행사였다.
이 전 대통령 내외의 경호 횟수는 다른 전직 대통령 유족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많았다. 대통령경호처는 같은 기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총 4회의 경호활동을 지원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국내행사 30회, 해외행사 2회 총 32회의 경호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 구치소 수감으로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지 않았다.
문 대통령 취임 이전의 이 전 대통령 경호 횟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대통령경호처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였기에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황제경호'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청와대 경호실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내외는 퇴임 후 2년2개월 동안 총 2255회(국내 2240회, 해외 15회) 경호활동을 지원받았다. 하루에 3번 꼴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같은 기간 동안 총 440회(국내 425회, 해외 15회) 경호를 각각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 내외의 경호 횟수가 현직 박 전 대통령보다 5배나 많은 셈이다. 이 전 대통령 내외는 사이판 휴가, 영화 '연평해전' 관람 등 사적 일정에도 경호원들을 대동했다.
전직 대통령의 경우 국내외 행사에 한 번에 많게는 20명, 적게는 10명 안팎의 경호 인력이 투입된다. 경호비는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쓰인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본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 한정, 퇴임 후 10년 이내의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를 대통령경호처 경호 대상으로 명시한다. 전직 대통령 또는 그 배우자의 요청에 따라 필요성이 인정되면 경호 기간을 10년에서 5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또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연금, 기념사업 지원, 교통통신 및 사무실, 병원 치료,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지원받는다. 연금 지급액은 현직일 때 받았던 연간 보수의 95%로, 올해 연봉 기준 한 달 1200만원 수준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전부 누리는 유일한 인물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