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몰려온다②] ‘짝퉁’에서 ‘경쟁자’로 변모한 中게임

[중국이 몰려온다②] ‘짝퉁’에서 ‘경쟁자’로 변모한 中게임

기사승인 2017-10-03 05:00:00


‘중국산’이라는 설명이 ‘싸고 품질이 낮은’ 의미로 해석되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중국계 기업들의 추격이 매섭다.

든든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급격히 성장해온 중국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 기업들은 이제 물량과 가격뿐 아니라 자본, 기술력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특히 올해 게임 시장에서 중국산 게임들이 대규모 마케팅과 물량 공세가 시작돼 시장 판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까지 위메이드와 액토즈의 법정 싸운까지 간 ‘미르의 전설2’ IP(지식재산권) 도용 사태부터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표절 게임 영상 등 중국 게임사들의  ‘베끼기’ 행태가 집중 부각됐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정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2일 기준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1~3위(20일 기준)는 ‘리니지M’, ‘액스’, ‘리니지2 레볼루션’ 등 국산 대형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6위의 ‘소녀전선’, 9위 ‘음양사’ 등 중국산 게임들의 선전도 눈에 띤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건너온 ‘권력’,  ‘클렌즈: 달의 그림자’ ‘펜타스톰’ 등도 대규모 마케팅 공세로 이름을 알렸다.

중국 롱청의 소녀전선은 지난 6월 국내 출시 약 2주 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3위까지 뛰어올라 이목을 끈 게임이다. TV 광고 등 기존 매체보다 SNS를 통한 입소문이 주요 마케팅 수단이었다.

소녀전선은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여성 캐릭터와 총기를 소재로 한 슈팅 게임으로 장기 흥행에 유리한 RPG 장르가 아닌데다 게임 스타일이 단순해 단기 흥행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과금 결제 요소 등으로 입소문을 타며 상위권을 유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음양사 역시 중국 넷이즈가 개발한 RPG로 가수 아이유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대규모 마케팅과 함께 선전 중이다.

글로벌 2억 다운로드를 기록하한 음양사는 약 2년의의 개발기간, 20여명의 전문 작가가 참여한 스토리, 유명 음악 감독과 성우진 참여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내에 시장을 공략했다. 중국 대작 게임과 국내 대형 퍼블리셔의 결합으로 본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보여줬다.

이펀컴퍼니의 권력 역시 중국 로옹엔터테인먼트의 게임으로 지난달 출시 이후 가수 에이핑크부터 김희원, 김성오, 김병옥, 김정태등 국내 유명 배우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폈다.

권력은 MMORPG 장르면서 게임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다른 이용자들과 겨룰 수 있는 본격 경쟁 시스템이 주목을 받았다. 또 게임 내에 스트리머 등 개인 방송 진행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이 참신한 시도로 인정 받았다.

넷마블게임즈가 지난 4월 출시해 e스포츠 첨병으로 삼고 있는 펜타스톰 역시 중국 게임이 전신이다. 중국 현지 인기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의 글로벌 서비스 버전인 ‘전설대전’을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라이엇게임즈의 장기 흥행작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형식의 AOS 게임이다.

넷마블은 중국에서 왕자영요 대회가 흥행한 만큼 국내에서도 ‘펜타스톰 프리미어 리그’를 통해 e스포츠 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게임 장르 특성상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신규 영웅 추가 업데이트와 대회에 대한 온라인 영상 광고가 이뤄지며 장기 승부에 돌입했다.

국내 게임 업계는 현재 매출 기준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3강 구도가 형성돼 있으며 앱마켓에서도 이들의 대표 게임이 상위권을 굳게 지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중소 게임사의 경우 자본력 등의 차이로 이들과 마케팅 경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었다.

반면 이제는 중국 게임사들까지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라 이 같은 구도에 다소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기업이 국내에 직접 게임을 서비스하거나 국내 대형 또는 중소형 게임사와 손을 잡고 마케팅 지원사격에 나서는 사례가 점차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와 중국 게임업계의 기술 격차는 크지 않다. 현지 시장의 규모와 자본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다양한 중국 게임이 여러 채널로 국내에 상륙할 것”이라며 “국내 업계는 대규모 마케팅과 게임성으로 무장한 중국 게임들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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