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바람 뚫고 걸어온 산업계, 새롭게 도약할 때

[기자수첩] 비바람 뚫고 걸어온 산업계, 새롭게 도약할 때

기사승인 2017-10-09 05:00:00


올해도 어느덧 추석을 지내며 수확의 계절이 완연히 무르익었다. 퍼붓는 비와 폭염이 물러간 자리에 맑은 가을 하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업계도 한여름 태양과 장마를 두루 겪은 듯 어수선한 시간을 보냈다. 언제는 별일 없었던가 싶지만 특히 올해 상반기는 어지러운 정세까지 겹쳐 우환이 가득했다.

먼저 지난해를 우울하게 장식한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죄로 재판을 받았다. 수사 단계부터 구속된 이 부회장은 결국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고 다음달 항소심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은 사령탑 역할의 미래전략실을 전격 해체하고 계열사별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심쩍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룹 차원의 경영 의사결정에 악재가 드리운 것은 사실이다. SK 등 다른 기업들도 적잖이 긴장한 채 삼성 사태의 향방을 지켜봐야 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연초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보호무역 기조에 고초를 치르기도 했다. 미국 내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통상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압박이 강해지면서 수 천억원을 투입, 현지 공장 설립에 나서야 했다. 기존 수요와 공급에 따른 생산 계획이 외부 압력에 따라 변경되는 것은 마냥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우리나라에도 새 대통령이 탄생, 인수위 없이 새 정부를 꾸리며 진통도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이통 3사는 출혈을 무릅쓰고 통신요금 인하에 나서라는 전방위 압박을 받았고 행정소송까지 검토한 끝에 요금할인율 상향을 받아들였다. 앞으로도 보편요금제 마련 등 다양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분리공시제 등의 도입에 따라 삼성, LG 등 단말기 제조사도 눈총을 받을 전망이다.

이 같은 여러 변수들 사이에서도 이들 기업은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지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재에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는 상승세를 보였으며 LG전자도 여전한 가전 분야 강자임을 입증했다. 이통사들도 한계에 달한 통신 시장에서 ICT로 새로운 동력을 찾고자 분주히 뛰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휴대전화, 스마트카 등 분야에 2020년까지 약 10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연구개발(R&D) 인력 확보부터 생산라인 확충·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분야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신규 사업 기회도 잡기 위함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고용 확대 등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반길 부분이다.

통신비 정책 여파로 비교적 조용한 이통업계는 5G 네트워크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시장 선점 경쟁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공공재’라며 가격을 억누르는 통신망 기술에 자금과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묶은 때가 있다면 벗겨내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것이 맞다. 이를 위해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고 겪어야 하고 쓴 소리도 달게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무한 경쟁하고 있는 민간 기업이라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기업들은 미래를 위해 생산적인 활력에 다시 불을 지펴야 할 때다. 활발한 투자와 기술 확보 등의 동력이 식게 해서는 안 된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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