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하(U-20) 월드컵과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국에서 치르는 국제대회 연년생이다. U-20 월드컵은 2017년 5월 열렸고, 평창올림픽은 2018년 2월 초 막을 올린다. 첫 단추이자 맏형격인 U-20 월드컵은 60억 원의 흑자를 남기며 무사히 매듭지어졌다. 이번 대회로 한국은 국제대회 개최 역량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장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 되어있지만 실질적인 총괄책임은 곽영진 부위원장(전 문체부 제1차관) 담당이었다. 대회 계획을 비롯해 모든 행정적 업무를 도맡아한 그는 현재 조직위 법인해산에 따른 청산을 이끌고 있다.
성공적인 국제대회 모델을 제시한 그는 “축구발전의 근간은 관중”이라면서 이에 초점을 둔 전략을 수립할 것을 한국축구에 주문했다.
최근 불거진 ‘히딩크 영입설’에 대해서는 “팬들의 안타까움과 잘해주길 바라는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면서 “누구라도 갑자기 상황을 급변시킬 수 없다. 독배를 마다않고 어려운 상황을 타개한 신태용 감독의 역량을 인정하고, 힘을 모아주는 것이 현실적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곽 부위원장은 ‘평창올림픽 국정농단’의 피해당사자다. 그는 2014년 4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으로 일을 맡았으나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린 김종 전 차관의 입김으로 조직위 내 인위적 조직개편이 이뤄지자 결국 2015년 12월 중도 하차했다. 이후 비선실세·국정농단 사태가 뜨거운 감자가 됐지만 그는 묵묵히 ‘다음 일’을 했다.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이 국책사업으로 지정될 정도로 성공적 개최를 염원하는 마당에 초를 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곽 위원장을 만나 U-20 월드컵을 개최로 얻은 성과와 현 한국축구에 대한 진단, 앞으로의 과제를 물었다.
Q. 이번 대회 관중수가 상당히 많았다.
=이번 대회에 총 입장관중은 41만여명으로 경기당 평균입장객은 7899명이었다. 이는 2013년 터키 대회(5558명)와 2015년 뉴질랜드 대회(7452명)보다 많은 수치다.
당초에는 우리 팀이 4강을 진출한다는 기대 하에 입장수입을 약 50억원으로 목표를 정했으나, 아쉽게도 우리 팀이 16강에서 멈추었고, 8강 진출이 좌절된 하루 동안 2만매의 티켓 환불이 요구됐다. 관람문화의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총 44만6774장의 입장권이 판매돼 입장수입 목표를 달성한 것은 대단한 성과였다.
Q. 관중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는데.
=축구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 경기와 엔터테인먼트에서 관중참여는 대회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관중이 꽉 차서 응원하는 동안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고 관중들도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관중들의 입장료 수입은 대회 자체의 흥행뿐 아니라 우수한 선수들을 키우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주요한 재원이 된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자발적인 유료관중들을 모시는가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축구관람문화를 보면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은 많지만 경기장에서 관람하며 즐기는 것보다는 직접 주인공으로 뛰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이 때문에 티켓을 구입해서 경기장을 찾는데 익숙하지 않다. 또한 우리 관중들의 입장여부는 대표팀의 성적에 절대적으로 좌우되고 있었다. 16강전에서 패배하자 하루 동안 2만장의 티켓 반환을 요구한 관람문화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직위에서는 우선 우리 팀이 기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협회에 여러 제안을 했다. 다른 외국팀들을 응원하는 서포터스를 모으려고 개최도시와 많은 고민을 하였다. 또한 참가팀의 주한 공관을 포함한 참가팀과의 공적·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협조를 구하고, 문화관광, 스포츠, 경제사회단체 등을 망라하여 서포터스로 참여하여 자국팀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래서 관중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덕분에 외국경기도 경기당 4~5천명의 관중을 동원할 수 있었다.
한국 대표팀이 16강에서 하차하며 8강전 이후의 경기는 외국팀간의 경기이긴 하지만, 세계 축구 강호들의 우수한 기량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도, 약 3만 명이 티켓을 사장시키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아쉬움이 많았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축구발전을 위해서는 관계단체들의 특별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Q. 성인대표팀이 부진한 성적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지속적인 부진으로 팬들의 실망이 정말 큰 것 같다. 관계자들 모두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미 알고 있는 그간의 부진 원인과 지속가능한 한국축구발전을 위한 대책들을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히 실행에 옮겨, 팬들의 성원을 되돌리면 좋겠다.
Q. 히딩크 전 감독 부임설이 돌고 있는데.
=팬들의 안타까움과 잘해주길 바라는 열망이 그렇게 표출한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누구라도 갑자기 상황을 급변시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U-20 월드컵과 이번 지역예선에서 독배를 마다않고 그 짧은 시간에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온 신태용 감독의 역량을 인정하면서, 힘을 모아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히딩크 전 감독은 국민들의 영웅이다. 그 자리에 그대로 모셔두고, 상황에 따라 협회에서 적절히 조언과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어떻게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게 됐나.
=오랜 행정 경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2013년 3월 차관으로 퇴직하기까지 문화체육관광부(국무조정실, 대통령비서실 포함)에서 약 31년간 문화관광체육 분야의 정책과 행정을 담당했다. 2014년 4월부터 이듬해 말까지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부터 U-20 월드컵 조직위에서 상근부위원장겸 CEO로 일하게 됐다. 지금은 월드컵을 마치고 법인해산과 청산을 진행 중이다.
Q. U-20 월드컵 대회를 마치고 이제는 정돈의 시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치러져서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자생력 있는 흑자대회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3회의 같은 대회 중 이번이 관중참여가 가장 많았다. 유료관중 입장율의 경우 37%에 달했다. 자원봉사운영과 대회운영 수준이 한 단계 더 발전하였고, 축구인프라가 보강되는 결실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회직전까지 계속된 국내외의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도 많은 분들께서 성원해주신 덕분이며, 대회를 직간접적으로 도와주신 분들과 직접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Q. 흑자대회라 말씀하셨다. 앞서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국내 국제대회 개최에 대한 불신이 쌓여있었는데.
=정부의 운영비 지원 없이 흑자를 낸 국제경기대회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총 수입 249억 원, 총 지출 190억 원으로 잔여재산(순 수익)은 59억 원인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법인청산을 완료하면 흑자는 60억 원을 상회할 것 같다.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사태로 후원이 중단되고, 올해 대통령선거이 있어 어수선한 국내외 상황에서도 총250억 원규모의 사업결과 60억 원 정도의 수익이 남았다. 참 놀랍고, 대회운영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후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사례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Q. 법인해산 의결 당시 제2의 NFC 건립이 거론됐다.
=남은 수익금을 축구발전에 활용할 가치 있는 사업을 찾다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유·청소년 축구인재를 양성할 기본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곧장 대회유산으로 제2의 축구센터 건립을 제안 받았다.
파주 NFC는 내년이면 파주시에 기부 채납해야 해서, 그간 축구협회에선 대안을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고 한다. 가칭 ‘피파20세 월드컵대회기념 제2NFC’ 건립을 정부에 건의하게 되었다.
제2축구센터는 수도권지역에 유·청소년 인재를 양성할 훈련장과 경기장, 교육 및 훈련, 치료센터, 선수단 숙소, 사무동 등을 갖춘 10만평 규모를 구상하고 있다. 연내 축구협회에서 TF팀을 발족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정부 승인이 있으면 2022년까지 완성을 목표로 추진하려 한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