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이라는 설명이 ‘싸고 품질이 낮은’ 의미로 해석되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중국계 기업들의 공세가 매섭다.
특히 삼성, LG 등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난 국내 전자업계부터 아이디어를 무기로 급격히 성장한 IT·게임업계까지 중국 제품·서비스와의 경쟁에 직면한 상태다.
든든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급격히 성장해온 중국 기업들은 이제 물량과 가격뿐 아니라 자본, 기술력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 구글·페이스북 턱밑까지 올라온 중국
기술 문명 발전을 이끌고 있는 IT업계는 컴퓨터 등 하드웨어 관련 기업이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기업들의 눈부신 발전이 주목을 받는다.
특히 최근 수년간은 구글, 아마존 등으로 대표되던 미국 인터넷 기업 외에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중국 기업들의 굴기가 업계의 최대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벤처투자사 클라이너 퍼킨스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 상위 20위에는 중국 기업 7곳이 포함됐다. 미국 12곳 다음으로 많다.
이들 중국 기업 중에서는 텐센트가 시총 3350억달러(약 376조2000억원)로 5위,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3140억달러)가 6위를 차지했으며 인터넷 포털 기업 바이두는 660억달러(약 75조 6690억원)로 10위에 올랐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 중 선두로 꼽히는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2위)이 6800억달러(약 779조6200억원), 3·4위의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각각 4760억달러, 4410억달러의 시총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인터넷 기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네이버의 시총은 28조5000억원 수준이다. 카카오는 아직 10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아직 사업 규모 격차가 크다.
◇ '만리장성' 넘어 세계로 뻗는 중국 IT
이들 기업은 각각 중심 사업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크게 인터넷·모바일 앱과 같은 서비스부터 전자상거래, 게임 등 플랫폼을 제공하는 전반적인 영역에서 경쟁상대로 볼 수 있다.
텐센트의 경우 각종 앱과 모바일 게임 사업에 공격적으로 영역을 넓혀 왔고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성장한 알리바바도 서비스 확장세에 있다. 메신저부터 결제 솔루션까지 각종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카카오처럼 중국 현지에서 ‘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포털에서 시작한 네이버 등과 가장 유사한 바이두도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기술에 박차를 가하며 네이버랩스를 중심으로 자체 기술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네이버의 잠재적 경쟁 상대다. 카카오 역시 AI부문 전담 부서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술 역량 확보에 나선 상태다.
중국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 경쟁을 펼치고 있지 않지만 기술 기업으로서의 영향력은 머지않아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까지 드리울 전망이다.
이미 중국 현지 1위 결제 솔루션으로 자리 잡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잡기 위한 해외 기업들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달 1~8일 중추절 연휴 특수를 노린 20만개 기업이 알리페이를 개통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중국을 ‘현금 없는 사회’로 만드는 주역이었다는 점도 해외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바이두는 향후 3년간 15억달러 규모의 자율주행차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현대기아차 같은 완성차 업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율주행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조치다.
텐센트는 중국 현지에서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주도했고 한국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게임을 서비스하며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 기업이다. 이제는 넷마게임즈를 통해 국내에 진출한 ‘펜타스톰’의 원작 ‘왕자영요’ 등 다수의 게임으로 해외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앱 시장 영향력 확장세에 있어 당장 국내 업계에서도 주목하는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IT기업들의 자본·인력 규모는 국내 기업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중국 기업들의 기술 영향력 확대가 글로벌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