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의 명암③] 국민이 바라는 보장성 강화, 선결조건은?

[문재인 케어의 명암③] 국민이 바라는 보장성 강화, 선결조건은?

보건의료체계 전방위 개조 필요성 대두… “논의 과정 순탄치 않을 것”

기사승인 2017-10-08 00:02:00
[편집자 주]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와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내놨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로 대변되는 5대 국정과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과제 보고대회에 직접 참여해 힘을 실었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 분야는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논쟁이 오가는 분야다. 실제 5대 국정과제 100대 세부목표 중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에 포함된 보장성 강화 계획은 그 하나하나가 보건의료계를 흔드는 사안들로 구성됐다. 특히 보장성강화를 위해 소요되는 예산, 정책 및 제도 방향에 따른 변화와 혼란, 세부계획 없이 제시된 목표로 인한 기대와 불안이 혼재된 일명 ‘문재인 케어’는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갑론을박의 중심에 섰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의 주요 쟁점을 짚어보고, 문 대통령의 현장 발표와 보건복지부의 예산안,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을 비롯해 관계자와의 정책 간담회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문재인 케어의 성공가능성을 예측해본다. 


◇ “보장률 80%는 돼야”… 아직 부족하다는 시민사회

8월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이 발표된 후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보건의료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발표했다. 핵심은 정부의 보건의료체계 개편의지와 방향에 공감하며 환영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위해서는 좀 더 촘촘한 제도 설계와 논의가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3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과거 정권보다 다소 진전된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다짐과 달리 아파도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수준의 획기적 보장성 강화에는 한참 못 미친다"고 평했다.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목표 보장률 70%는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며, 장기적인 목표를 구현할 비전이 없고,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모든 의료비에 적용되지 않는데다 경감구간도 연소득 10% 수준은 여전히 높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해 도입되는 예비급여제도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고 사용내역과 통계가 축적돼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의 공적통제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은 존재하지만, 본인부담률이 50~90%로 높아 실손보험시장의 고착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리고 일련의 지적과 우려는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와 보건의료단체가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개최된 ‘문재인 케어 추진에 따른 실손보험의 역할진단 토론회’에서 “목표 보장률 70%는 밝히기 부끄러운 수치”라며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성명과 거의 동일한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속적으로 지적됐던 낮은 보장성과 방만한 비급여 관리에 대한 대책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지만 예비ㆍ선별급여제도 도입에 따른 재정지출관리에 대해 우려했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소폭 줄어드는 것에 그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환자들의 모임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은 문재인 케어에 대한 논평을 통해 보장성 강화계획과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건강보험료 인상에 따른 시민사회의 저항과 비급여 통제로 반발하는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 사회적 공론화가 신속히 추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 반대하는 의사, 찬성하는 한의사ㆍ간호사

이처럼 환자와 시민사회가 기본적으로 찬성의사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서비스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는 문재인 케어 발표 초 환영의 뜻을 표하며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논의해나가자는 신중론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며 보장성 강화계획 저지를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는 강경론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현 보험료 수준과 보험재정으로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무리이며, 급여화가 이뤄진다하더라도 비용 부담이 줄어 의료쇼핑과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가통제가 강화되고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비용보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의료 질과 서비스 및 기술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부적인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의협은 ▶적절한 보상기전과 합리적 급여기준 마련 ▶국민의 의료쇼핑과 대형병원 쏠림 방지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신의료기술 도입 등 의료서비스 발전 저해요소 차단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마련 ▶의료계 전문가로 구성된 장관 직속 논의기구 설치를 주장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는 환영의 뜻을, 대한약사회와 대한병원협회는 관망의 입장을 보였다.

한의협은 “생애주기별 한방의료서비스의 예비급여 등을 통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대책에 들어가 국민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한의약이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마련됐다”며 “이를 계기로 한의학 분야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간협도 "어려운 환경에서 헌신하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에도 더욱 힘써주길 바란다"면서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를 대폭 확대하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찬성한다"고 밝혔다.

◇ 실질적ㆍ보편적 건강보험혜택 제공되려면?

그렇다면 이들의 우려와 지적, 바람을 해소하거나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들이 마련돼야할까. 시민사회, 환자들, 의료계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문재인 케어의 성공조건은 크게 3가지다. 

먼저, 목표 보장률을 OECD 평균에 맞춰 80%로 상향하고 건강보험 진료비 본인부담상한제를 일부 구간의 금액하향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모든 의료비에 대해 적용하는 한편, 재난적 의료비를 적용하는 질환과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보장률의 목표치를 높이고 예비급여와 선별급여, 전액본인부담 등 현재 본인부담 상한제에서 배제된 항목들을 포함하며, 긴급 위기상황에 대비한 재난적의료비 적용대상을 모든 질환으로 확대해 개선효과를 국민이 현실에서 느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한다는 설명이다.

둘째, 예비ㆍ선별급여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실효성을 확보하면서도 의료쇼핑과 새로운 비급여가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실손보험 등 민간의료보험과 건강보험 간의 연계성과 보완성이 강화돼야한다.

현행 예비급여제도 등 정부의 설계에 따르면 본인부담이 50~90%로 높아 실손보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반면, 비급여의 급여화로 정부 지원이 늘어남에 따라 실손보험의 반사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민간보험과 건강보험을 연계한 제도가 필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련의 보장성강화를 위해 건강보험료의 인상과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의료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위한 수가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투명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여기에 시민사회단체는 ▶비급여의 목록을 정비해 의학적 비급여와 선택적 비급여를 구분해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급여화해 실질적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비급여 행위 및 재료의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강화하고 사후 퇴출구조를 갖춰야한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과 요구가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의협은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며 정적수가 보상과 이를 담보할 약속을 하기 전에는 어떤 협상과 논의도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복지부에 전한 상황이다.

더구나 문재인 케어의 구상과 발표과정에서 전문가 및 시민사회단체의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점이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한계로 인해 추가적인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보건의료계 전문가는 “논의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정부가 구체적인 보장성강화 실행계획을 공개한 후에야 가타부타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장률을 70% 혹은 80%로 올린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병원과 의원의 역할과 영역을 나누고 의사의 행위를 규정하고 분류한 후 가격을 매기고 통제하는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라며 고개를 저었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일련의 논의를 진행해가는 과정도 어려운데다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보장성 강화계획의 세부적인 추진계획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정부는 어렵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11월 세부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12월 보장성 강화를 본격적으로 시행해나가겠다는 의사만을 전할 뿐이다. 이에 복지부를 위시한 정부가 과연 보장성 강화를 위해 어떤 세부적인 계획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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