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뇌졸중, 뇌염 진료할 의사가 없다?

치매, 뇌졸중, 뇌염 진료할 의사가 없다?

신경과 의사들, “정부 감원정책 문제” vs 복지부, “전문의 뽑아라”

기사승인 2017-10-17 00:02:00

대형병원 신경과 수장들이 정부의 전공의 정원 축소정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신경과 전공의 수급을 둘러싼 임상현장과 보건당국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을 필두로 모인 전국 수련병원 신경과 과장들은 16일 긴급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2018년도 신경과 전공의 정원감축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초고령 사회에 들어서며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뇌전증 환자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가운데 환자들이 주로 치료받는 진료과인 신경과(neurology) 대형병원에 전공의가 없어 진료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2012년 전공의 수 합리화 정책을 추진, 5계년 계획을 수립하고, 올해까지 과다하게 책정된 정원수를 배출되는 전공의 수와 맞추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정원감축이 마무리되는 올해 신경과 정원은 지난해보다 6명이 줄어든 82명으로 정했다.

병원별 전공의 수를 협의한 수련평가위원회와 관련 학회들의 2018년도 신경과 전공의 정원 초안에 따르면 2000병상이 넘는 초대형 병원인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도 2명씩의 정원만을 배정받았다.

심지어 전공의를 1명도 배정받지 못한 병원들이 중앙대학교병원,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타병원, 건양대학교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원광대학교 산본병원, 부산 고신대병원 등 속출했다. 

이에 신경과 과장들은 “전공의 월급도 병원에서 모두 지급한다. 정부에서 1원도 보태지 않는다. 그런데 환자 진료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전공의를 뽑지 못하게 한다. 세계에 이런 나라는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 선진국에서는 1000병상 규모의 대형병원 신경과 1년차 전공의 수가 5~10명인데 반해 국내는 없거나 많아도 2명”이라며 보건복지부의 일방통행식 전공의 감원 정책에 대해 지적했다.

여기에 약 39%의 전공의들이 월 1~2회 진료 중 실수를 한다는 2013년 전공의 수면실태 논문을 제시하며 “신경과 전공의들이 수면부족과 업무과다로 수련을 포기하거나 지원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원을 더 줄이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복지부가 수년전 불통과 무지로 의료정책을 결정해 그대로 밀고 나가 시행함으로써 국내 최고병원들을 의사가 부족한 산간벽지나 후진국 병원으로 만들어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난이다.

반면 복지부는 일련의 비난과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교육생이지 노동자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5계년 계획 수립 이전에는 배출되는 전공의 수보다 과도하게 책정됐었다”며 “계획의 주요 목표가 정원과 배출인원을 맞춰 인기과와 기피과의 전공의 쏠림을 막고 적정인원이 배치돼 의료공백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의는 수련을 목적으로 병원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이들을 노동력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진료할 의료진이 부족하다면 전문의를 충원해 진료공백을 채워야한다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직 병원별 전공의 정원배정이 결정된 것이 아니다. 학회와 수련평가위원회의가 논의한 1차 가안일 뿐”이라며 “1명도 배정이 안 된 병원의 경우 진료량 대비 정원 산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데 공감하며 논의를 거쳐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5계년 계획이 종료된 후 새로운 ‘전공의 수 합리화를 위한 5계년 계획’을 2018년 초까지 수립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1 대 1로 맞춰진 배출 전공의 수와 정원을 조금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포함해 전공의 특별법과 연계해 수련콘텐츠를 강화하는 체계나 전공의법 준수를 유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체계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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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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