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만 가면 훨훨… 손흥민 활약이 가리키는 네 가지 포인트

소속팀만 가면 훨훨… 손흥민 활약이 가리키는 네 가지 포인트

손흥민 활약이 가리키는 네 가지 포인트

기사승인 2017-10-23 17:39:01

손흥민(토트넘)이 박지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수비형 윙어’로 활동한 박지성과 득점으로 단순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어쨌든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득점포를 가동 중인 토종 공격수의 활약은 반가운 소식이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리버풀전에서 리그 1호겸 결승골을 터뜨렸다. 전반 11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은 해리 케인의 침투패스를 다이렉트 왼발 슈팅으로 연결, 골망을 갈랐다. 다수의 수비수 사이를 날렵하게 뚫고 들어간 완벽한 연계 플레이였다. 토트넘은 손흥민 활약에 힘입어 4대1로 이겼다.

▶30여년 만에 등장한 토종 공격수

이날 득점으로 손흥민은 EPL 19호골 고지에 올랐다. 박지성이 보유한 최다 골 기록과 동률이다.

손흥민의 ‘기록 브레이킹’ 행진이 매섭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시즌 21호골, 리그 14골을 넣으며 한국인 유럽리그 최다골(기존 차범근)과 아시아인 EPL 최다골(기존 기성용) 기록을 갈아치웠다.

손흥민이 아직 만 25세(1995년 생)인 점을 감안할 때 신기록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클롭을 또… ‘양봉업자’ 손흥민

손흥민은 현 리버풀 감독인 위르겐 클롭에게 유독 강했다. 둘의 첫 만남은 2012-20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다. 당시 함부르크 소속이었던 손흥민은 클롭 감독이 이끌던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2골을 넣으며 팀의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손흥민은 같은 시즌 재대결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 4대1 대승을 견인했다.

도르트문트는 강호 바이에른 뮌헨을 제치고 2010-2011, 2011-2012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다. 2012-2013시즌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손흥민에겐 의미가 없었다. 손흥민은 레버쿠젠에 이적하고 나서도 도르트문트를 요리했다. 2013-2014시즌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대 클롭전’에서 무려 4승 1무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에 1호골도 클롭이 감독으로 있던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터졌다. ‘양봉업자’ 손흥민이 클롭이 감독으로 있거나 클롭의 기운이 닿은 팀을 상대로 재기의 계기를 찾은 셈이다.

▶쏟아진 호평에 몸값 UP

“손흥민은 모든 시간을 소화하진 않지만 경기 결과를 결정지을 수 있다”

22일 토트넘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클롭 감독이 내뱉은 말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리버풀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클롭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경기 후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에게 평점 8점을 부여했는데, 이는 2골1도움을 올린 해리 케인(9점) 다음가는 수치다.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 역시 손흥민을 높이 평가했다. 케인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점수인 7.83점을 매겼다.

‘미러 풋볼’ 축구 전문기자인 존 크로스는 경기 후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손흥민은 감독에게 꿈과 같은 선수”라고 극찬했다. 그는 “팀에 헌신적이며 절대 불평하지 않는다. 선발로도 효과적인데 교체 출전해도 임팩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왜 국대에서만 못 하나

이날 손흥민의 활약은 국가대표팀만 오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손흥민은 지난 10일 모로코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페널티킥 득점에 성공하며 가까스로 골 가뭄에서 벗어났다. 그 전까지 손흥민은 A매치 8경기 연속 무득점 중이었다. 지난해 10월6일 카타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에서 골 맛을 본 뒤 무려 1년 만이었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속팀과 비슷한 측면 공격을 주로 맡고 있지만 빌드 업 과정에서 너무도 쉽게 상대 수비수에게 수를 읽힌다. 특유의 공간 침투나 동료와의 맨투맨 연계 역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술의 실패를 말할 수밖에 없다.

리버풀전에서 손흥민은 연신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해리 케인, 델레 알리, 에릭센 등 공격진과의 호흡도 일품이었다. 불과 10여일 만에 손흥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신태용 감독 입장에서 손흥민 활용은 가장 사려 깊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유럽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 중인 유일무이한 선수기 때문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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