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치아, 누가 관리하고 있나요?

당신의 치아, 누가 관리하고 있나요?

시행 15년차 치과의사 전문의제도… 늘어나는 ‘과’, 나아지지 않는 ‘인식’

기사승인 2017-10-25 05:00:00
“진료를 받고 있는 치과의사의 전문과목을 알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명쾌히 답할 수 있는 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 관련해 공식적인 통계나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주변에서 탐문한 결과는 0명에 수렴했다. ‘간혹’ 치과의사들의 전문과목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이라도 과목의 종류가 11개나 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정부가 일반 치과의사들에게 폭넓은 임상수련과 전문적인 지식 습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치과 전문의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2003년 관련법이 재정된 후 15년이 지나감에도 정착되지 못한 채 잡음이 나고 있다.


◇ 10개과 전문의, 전체의 11.2%… 많다 vs 적다

24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치과의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문과목은 총 10개다. 높은 진료수준이 요구되는 분야로 분류된 치과보철과, 치과교정과, 소아치과, 영상치의학과, 구강내과, 구강외과 등이다. 

치과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전문의로 활동하기 위해 전공을 정하고 수련의(인턴) 1년, 전공의(레지던트) 3년을 거친 후 국가고시를 통과해 2008년부터 전문의 자격을 인정받아 임상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치과보철과는 손상되거나 상실된 치아를 대체하는 임플란트나 의치를 다룬다. ▶치과교정과는 치열의 교정을, 소아치과는 소아청소년의 치과질환에 대한 관리와 교정을 전문으로 한다, 

▶치주과는 치은염과 치주염, 잇몸뼈 손상, 임플란트를 ▶치과보존과는 치아 손상과 치수ㆍ치근단 질환, 치아 심미치료를 ▶구강내과는 코골이, 턱관절 장애, 구강점막 질환 등을 ▶구강외과로 불리는 구강악안면외과는 구강암, 주걱턱성형, 양악수술, 사랑니발치 등을 담당한다.

▶영상치의학과 혹은 구강악안면방사선과는 치과질환과 관련된 영상검사와 진단을 ▶구강병리과는 세포 및 조직검사와 진단을 맡고 ▶예방치과는 구강질환 발병 전 예방적 처치에 집중하는 전문분야다.

이렇게 배출된 전문의가 현재 전체 치과의사의 약 11.2%인 3359명이다. 의사 중 전문의가 약 77~78%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적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전문의는 자연스럽게 늘거나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인위적으로 수를 늘릴 필요는 없다고 한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의과와 비교하면 많은 수는 아니지만 전문의 수가 문제는 아니라며 “아직 뚜렷한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치과치료의 질적 향상을 통해 국민의 구강건강에 긍정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치과계와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답했다.


◇ 11번째 전문의도 곧… 그런데 또?

이처럼 질적 향상에 중점을 둔다는 복지부지만 지난해 12월 ‘통합치의학과’를 신설키로 하고, 한시적으로 2018년부터 해외를 포함해 치과의사회가 인정한 수련병원의 수련을 받았거나 300시간 이상의 통합치의학분야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전문의 자격시험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치과대학 또는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2019년부터 전공의 과정을 거쳐, 2021년부터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해도 11번째 전문과목의 전문의로 인정받는다.

문제는 해당 전공의 명칭과 교육 및 자격인정 방식이다. 한 치과계 관계자는 “통합치의학과라는 명칭이 너무 광범위하다”며 “의과처럼 일반치과전문의 혹은 가정치의학과라고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육의 경우 치과의사라면 배우는 10개 치과관련 전문내용이 대부분인데다 300시간을 이수하면 전문의 응시자격을 주거나 수련의 과정 없이 전공의를 달 수 있도록 한 것은 여타 과목과 비교해 전문성과 형평성에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치과의사는 “2009년 한방가정의학과 신설과 전문의 남발을 두고 발생한 한의계 논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전문의 선호현상에 편승해 학문적 토대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모든 개원의를 전문의로 만드는 책동”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나마 전문과목 추가신설 논의 당시 거론된 ▶치아마취과 ▶노년치과 ▶심미치과 ▶임플란트과는 논의과정에서 보류돼 논란은 하나의 영역에 국한됐을 뿐이다. 당시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전공과 신설 합의를 이행하라는 촉구집회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일부 치과계의 반대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금 전문과목 신설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질 여지가 생겼다.

치과계에 따르면 현재 추가 전공으로 논의되고 있는 과목은 ‘노년치과’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과 함께 치매국가책임제가 선언적 형식이나마 일반에 공개돼 호응을 얻고 있는데다 고령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노년층의 치아건강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지난 9월 14일 ‘치매 국가정책에 치과도입은 필수’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치매환자의 예방과 관리에 치과 전문 인력의 참여와 시설 확충이 절실하다”면서 정부정책에 치과분야가 포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격적인 움직임도 보였다.

김철수 치협회장은 최근 ‘노년치과전문의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대한노년치의학회 관계자들과 만나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 치매국가책임제 등의 정책을 내놓는 현 정부의 기조와 부합하는 만큼 노인특화 치과전문의 양성에 속도를 내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과목 추가신설을 두고 비용편익분석을 수행한 연구결과, 타 영역과의 중복성이나 과 신설에 대한 편익차원에서 전문과목 신설이 바람직하지 않거나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히 검토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나왔다”고 전했다.

다만 “타당성이 있고, 치과계에서 신설에 대한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신중히 검토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보장성 강화계획으로 발표된 틀니와 임플란트 급여확대 외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지만 다양한 의견을 듣고, 관련 부서와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한편, 복지부 내 구강전담부서 설치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업무나 업무량, 조직, 인력 등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와 같은 관련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신중하게 검토를 하고는 있다”고 답해 부정적이지만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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