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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오심은 줄었지만 축구의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25일 FA컵 4강에서 ‘일’이 터졌다.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에서 수원 조나탄이 연장 후반 극적으로 골망을 갈랐으나 곧장 가동된 VAR에 의해 골이 취소됐다. 옆에 있던 공격수 김건희가 반칙을 범해서다.
벤치를 박차고 나온 서정원 감독이 강력히 항의하다가 퇴장 당했다. 이후 수원은 승부차기(2대4) 끝에 패했다.
정규리그 우승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이들이 체감하는 FA컵 탈락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그러나 상황은 명백하다.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차영환이 뛰어 올랐는데 이를 김건희가 밀었다.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경기 후 갑론을박은 ‘오심’보다 VAR의 지나친 ‘간섭’에 초점이 맞춰졌다. 디팬딩 챔피언의 준결승 문턱을 넘는 극장골이 허망하게 취소되자 상당수 팬들은 축구의 야생성 내지는 역동성이 외부 작용에 의해 심하게 휘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VAR 도입은 충분한 ‘필요’에 의해 도입됐다. 시즌 초 K리그는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오심들이 줄이어 나오며 심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축구클럽 단장이 직접 나서 심판 판정에 항의할 정도로 문제는 심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팬들의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연맹은 VAR 조기 투입을 결정했다. 지난 3월2일 열린 미디어 설명회에서도 VAR의 순기능을 역설한 연맹이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국제축구평의회에서 VAR이 승인된 뒤 전 세계적으로 적극 도입되고 있다. 심판판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항의가 감소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급부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심판의 VAR 의존도가 급격히 올라가며 축구 특유의 동적인 경기양상이 저해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비디오 판독은 골, 페널티킥, 직접 퇴장, 제재 선수 확인 등 중요한 상황에서 두루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VAR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다. 축구는 다른 스포츠 종목과 달리 비디오 판독 첼린지에 들어가도 최종 결정권이 주심에게 있다.
그럼에도 근래 경기에서 주심이 오심에 대한 부담을 VAR에 인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VAR에 의해 판단이 번복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로 늘며 득점 상황에 대한 ‘환호’가 싸늘하게 식는 경우가 잦았다.
VAR로 판독하는 파울의 범위와 시간의 범주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가령 전반 10분에 짚어 내지 못한 파울이 전반 12분 터진 득점을 와해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기 도중 나온 특정 파울이 비디오 판독 대상이 된 상황에 얼마큼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보는 기준도 모호하다.
이러한 갖은 논란에도 VAR은 필요하다. 착한 오심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VAR 도입 이후 오심 논란은 급격히 감소세다.
축구의 야생성을 강하게 주장하다보면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논리가 나온다. 그러나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을 경외의 눈빛으로 보던 시대는 지났다. 보다 정확한 판단과 그에 동반한 경기결과는 공정성의 측면에서 스포츠정신의 실현이라 볼 수 있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은 VAR을 ‘거스를 수 없는 미래’라 했다. VAR은 이제 첫 걸음 단계다. 기초 장비를 보강하고 줄기차게 지적되는 카메라 기술의 전문화가 필요하다. 판정의 무게가 기계로 쏠리지 않으려면 보다 전문적인 심판 교육도 필요하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VAR이 미래 축구에 순기능을 할 건 자명하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