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글로 등 경쟁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열풍에도 불구하고 KT&G는 오히려 판매량을 늘리며 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했다. 다만 11월 출시 예정인 궐련형 전자담배 릴은 해갈되지 않은 불안요소가 많아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전자담배 열풍에도… 불씨 키운 연초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G 3분기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1.5%,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61.5%를 기록했다. 올해 1·2분기 필립모리스코리아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 코리아) 등 경쟁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로 인해 KT&G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예상을 깬 결과다.
국내 담배 총수요가 전년 대비 5억개비 줄어든 200억개비에 그친 상황에서 KT&G는 오히려 1억개비 늘어난 123억개비 판매고를 기록했다.
연초가 선전하는 가운데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는 ‘가격인상’이라는 악재까지 남아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인상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소세를 일반연초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개소세 개정안을 상정했다.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내달 본회의에 통과될 경우 이르면 12월부터 갑당 현행 126원이던 세금은 534.6원으로 오르게 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4300원 수준인 ‘스틱’ 가격이 5000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연초는 ‘맑음’, 릴은 ‘흐림’
내달 전자담배 릴 출시를 앞두고 있는 KT&G로서는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 인상으로 인해 연초가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경쟁사도 마찬가지다.
또 뒤늦은 전자담배 시장 진입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제품보다 가격을 낮추는 ‘가격정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초 대비 원가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궐련형 전자담배용 스틱과 초기투자비용, 그리고 기존 제품에 대한 잠식효과에 대한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다.
또한 앞서 출시된 아이코스와 글로와 스틱간에 호환이 불가능한 만큼 세번째 디바이스가 가진 불리함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첫 번째로 선보인 아이코스의 경우 지난달 기준 25만대, 글로의 경우 1만대 조금 넘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책정하는 ‘가격정책’이 필요하다는 예상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실상 가격정책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세번째 디바이스’라는 디메리트는 KT&G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따라서 이러한 점을 상쇄하기 위해 경쟁 제품보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가격정책을 쓸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KT&G의 경우 여러 불안요소가 있는 릴 보다는 수익성 높은 기존 연초 판매에 여전히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