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맥락 담아 파헤친 흡연에 대한 낙관적 편견… K-MOOC 통한 최초 교육자료”

“사회 맥락 담아 파헤친 흡연에 대한 낙관적 편견… K-MOOC 통한 최초 교육자료”

인터뷰 이훈재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기초과학교실(사회의학) 교수

기사승인 2017-10-31 01:00:00

국내 흡연율은 여전히 높다. 질병관리본부의 ‘2016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22.5%로, 담뱃값 인상 이후 다소 감소했던 전년 대비 0.3%p 증가했다.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41.9%를 기록한 성인 남성 흡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에서도 단연 높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몰라서 또는 관련 정보가 부족해 흡연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많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훈재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기초과학교실(사회의학) 교수는 “우리 사회 안에 담배에 대한 그릇된 믿음, 낙관적 편견이 존재한다”며 “이는 단순히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이야기만으로는 개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담배를 권하거나 선물하는 것이 인심을 베푸는 것처럼 보이고, 함께 흡연하는 행위가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또 일종의 기호품을 즐긴다는 명분이 통해 어느 정도 용인되기도 했죠. 이 같은 분위기는 담배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해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교수는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의 치사량은 청산가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흡연은 자신이 청산가리를 흡입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맹독을 나눠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설명이다.

“아편전쟁이 일어난 시대에는 아편도, 대마도 기호품이었어요. 그러나 마약 성분으로 인한 폐해가 인식된 뒤부터는 엄격한 규제와 통제가 뒤따랐죠. 이 시대에 담배는 가장 큰 건강 위해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키는 것은 물론, 타인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담배를 당당히 권리를 내세울 수 있는 기호품으로 볼 수 없는 것이죠.”

이 교수는 건강 문제를 의학적으로만 접근해 풀려하지 않는다. 사회환경적 현상을 탐구해 보다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고 전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역민들과 직접 대면하는 등 현장을 찾아 나서는 일정이 잦은 편이다. 건강 캠페인을 전개하며 교육홍보자료를 만들고 교육영화도 제작한다. 금연운동도 그 일부다. 지난 9월에는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orean 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통해 ‘금연과 건강한 삶’ 강좌를 신설해 이끌고 있다.

“담배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잘못된 건지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부족했는데, K-MOOC라는 교육 플랫폼을 접해 좋은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한국 사회의 맥락을 담아 담배를 주제로 생활을 말하는 이번 강좌는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교육자료일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금연이 실제 어려운 도전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 합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K-MOOC ‘금연과 건강한 삶’은 ‘흡연도 장점이 있다’, ‘흡연해도 장수할 수 있다’, ‘전자담배도 하나의 금연방법이다’, ‘담배를 끊는 사람은 독하다’ 등 담배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매주 짚어본다. 더불어 오프라인 일정을 병행해 금연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돕는다. 강좌 중간평가, 설문을 바탕으로 금연 준비 단계에 들어선 학습자들은 금연지원센터 등의 개별 상담을 이어갈 수 있다.

“제가 활동에 참여 중인 인천 지역 금연지원센터의 경우 흡연자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금연 계획을 세워주고, 4박5일 간 입원해 이용하는 금연 프로그램도 무료로 지원합니다. 예전에는 의지 하나로 금연에 도전해 성공률이 5% 수준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금연 치료제, 금연 프로그램, 금연 캠프 등 지원책들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K-MOOC는 제작 기간이 꽤 오래 걸렸다. 금연 콘텐츠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이 교수는 지난 3월부터 팀원들과 준비작업을 가졌다. 담배회사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에서는 담배 광고들을 배경 삼아 그 허구성에 대해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편의점을 섭외했지만 모두 퇴자를 맞기도 했다.

“금연에 대한 설명이나 조언을 하자면 우리 사회의 상황, 맥락을 연결 짓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외국에서는 개인의 심리부터 들여다보는데, 우리는 기계적으로 니코틴에 중독됐으니 니코틴 패치를 붙이는 식으로 접근하죠. K-MOOC에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자 했습니다. 기존 이러닝처럼 저장된 영상을 일방적으로 쏘는 것이 아닌 학습자와 교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계획했어요. K-MOOC의 강좌들이 ‘구슬’이라면 이를 ‘보배’로 만드는 건 학습자들입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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