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와 함께 성장해온 한국 스마트폰 산업이 성장 한계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매출 62조500억원, 영업이익 14조5300억원의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시장 호조가 이어지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매출 19조9100억원, 영업이익 9조9600억원을 벌어들이며 분기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와 달리 삼성전자의 다른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 부문은 달갑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7조6900억원, 3조2900억원으로 모두 전 분기 대비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에서 전사 실적의 약 45%를 차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약 11.9%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매출 32조4400억원,영업이익 6조4300억원으로 실적 정점을 찍은 2014년 1분기 19.8% 대비 7.9%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반면 출하량은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21.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출하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8340만대로 집계됐다. 판매량에 비해 남는 이익이 그 만큼 줄어든 셈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한층 다급한 상황이다.
올 3분기 LG전자 모바일 사업 담당 MC사업본부는 매출 2조8077억원, 영업손실 375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중저가 제품 확대에 따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개선됐지만 적자폭은 전분기 1324억원보다도 크게 늘었다.
LG전자가 주력 사업인 가전과 TV에서 각각 4200억~45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MC사업본부의 적자폭은 가볍지 않은 수준이다. 게다가 LG전자 MC사업본부는 이번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이같은 실적 정체 현상은 양사 모두 올해 ‘갤럭시 노트8’, ‘V30’ 등 상품성을 극대화 한 전략 스마트폰을 선보인 가운데 나타난 것이라 더 이목을 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8에 최초로 듀얼 카메라를 적용했으며 LG전자는 V30에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등 제품 구성을 강화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공급 포화, 업체 간 경쟁 격화, 부품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고 프리미엄 제품 판매만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는 단계에 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3년 약 42%에 달했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2014년 28.6%, 2015년 16.8%으로 지속 하락하다 지난해 3%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3~5위에 오른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계 기업들의 급격한 성장세에 따라 프리미엄뿐 아닌 중저가 제품까지 다양한 가격대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 원가도 함께 상승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3분기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은 늘었지만 중저가 제품 판매 비중이 늘면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부품 가격 상승 등 시장 요인을 주된 손실 이유로 꼽았다.
또한 내년에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 회복은 제한적인 반면, 업체 간 경쟁 심화와 원가 상승 악재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위 자리에서도 지속적인 수익성 하락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시장 점유율 7위인 LG전자는 선두주자를 따라잡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계 기업과의 직접 경쟁 부담까지 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스마트폰 사업은 소홀할 수 없는 분야다. 양사 모두 IT부터 생활가전까지 사업 영역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AI, IoT(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로 구축할 스마트홈 등에 모바일 역량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내부 변화를 통한 활로 모색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스마트폰 사업을 지휘해온 고동진 사장을 신임 IM부문장에 임명했으며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연구조직인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 사장급 조직 ‘삼성 리서치’로 재편했다. 전사 차원에서의 신사업 기회 모색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가전 부문 수장이었던 조성진 부회장을 승진, 1인 CEO(최고경영자)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이로써 기존 각 사업본부장의 3인 CEO 체제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생활가전에서 보여준 역량을 모바일 등 전사로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은 이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지만 미래 산업으로 가는 중심 역할이 됐다”며 “삼성, LG는 모바일 사업 역량을 십분 활용해 전사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