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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18세 이하(U-18) 축구대표팀의 지금까지 행보는 완벽하다. 4전 전승, 무실점, 전술의 완성도, 감독의 계속적인 피드백과 선수들의 의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정 감독이 이끄는 U-18 축구대표팀은 8일 파주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F조 조별예선 4차전에서 3대0으로 이겼다.
U-18 대표팀은 종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동티모르를 상대로 각각 11골, 4골, 4골을 몰아쳤다. 4경기 도합 22골을 넣었는데 실점은 ‘제로’다. 다득점 상황에서도 수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내년 열리는 AFC 챔피언십 본선은 A~J조 1위 팀과 각 조 2위 팀 중 상위 5개 팀이 오른다. 한국은 1위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지금껏 상대한 팀들이 축구로는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국가들이었다. 연이은 대승으로 자신감이 한창 올라왔지만 내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본선을 염두에 둔 ‘스파링’이 돼야 한다.
정정용 감독이 이번 조별예선 내내 강조한 것은 ‘경험’이다. 이번 조별예선동안 U-18 팀은 4-4-2, 4-3-3, 4-1-4-1 등 다양한 전술을 소화했다. 1차전과 2차전 사이에 선발 라인업이 전원 바뀌기도 했고 때론 2002년 월드컵 때처럼 좌우 날개가 위치를 바꾸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정정용 감독은 “이번 조별예선에서 상대하는 4팀 모두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 알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전 같은 경우 일방적인 상대편 응원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 모두가 좋은 경험이었고, 팀적으로는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수비는 어느 정도 정예멤버가 추려졌다. 1차전 대 브루나이전에서 실험적으로 선수를 기용한 정 감독은 인도네시아와의 2차전부터 수비를 고정시켰다. 정호진이 수비형 미드필더에 서고 황태현, 김현우, 이재익, 이규혁이 포백 라인에 서는 방식이다. 2차전부터 가동한 4-1-4-1 포메이션이 그 얼개다. 수비 상황에서 5명이 밀집수비를 하고 공격 시엔 이규혁이 오버래핑한다. 한국은 사이드와 중앙을 넓게 열어 공격 효율을 높였다.
공격라인은 정예멤버가 없다. 언제든 선수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정정용 감독은 “미드필더와 공격진은 선수들마다 특색이 다르다.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누구든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골키퍼 장갑은 황태현이 2회, 민성준이 2회, 이광연이 1회 꼈다.
이번 조별예선 4차전에서 이강인이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아 눈물을 글썽인 일화는 유명하다. 정 감독은 “그만큼 승부욕이 강하다는 것”이라면서 “훈련 중에 그런 모습이 경기에서 좋은 결과로 연결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선수들에게 더없이 많은 피드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선수와 코치진의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코치진은 선수 본인이 미처 보지 못하는 단점을 캐치할 수 있다. 한창 몸을 만들어가는 나이에 단점을 보완하는 건 귀중한 경험이자 과정이다.
정 감독은 본선을 대비한 ‘로드맵’을 잘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베스트 일레븐을 추려내면서도 강팀을 상대로 준비한 것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총체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최근 최악의 경기력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성인대표팀도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G조에 속한 한국은 레바논, 쿠웨이트, 미얀마, 라오스 등을 상대로 8전 전승 골득실 +27을 기록했다(쿠웨이트전 몰수 승 +3).
마찬가지로 현 U-18 대표팀도 만족을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내년 열리는 AFC U-19 본선은 한국의 5~10년 뒤를 볼 수 있는 무대다. 일본, 호주, 이란 등 강팀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점검할 수 있다. 정정용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많이 부딪혀야 한다. 중동이나 유럽팀과도 만나봐야 한다. 이미 평가전을 계획하고 있다. 좋은 경험을 쌓아서 내년도 준비를 해 나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유망주는 성장에 의미가 있다. 초장부터 성적을 기대하면 망가지기 십상이다. 꾸준히 경험을 쌓고 피지컬을 올렸을 때 비로소 미래를 말할 수 있다. 본선까지 아직 1여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이들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눈여겨 볼 일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