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원 총기사고 ‘죽음의 사격장’, 잔탄 처리 있었다

[단독] 철원 총기사고 ‘죽음의 사격장’, 잔탄 처리 있었다

기사승인 2017-11-10 06:00:00

철원총기사고가 발생한 6사단 예하부대가 사격 훈련 뒤 ‘잔탄 처리’를 해온 정황이 파악됐다. 이는 “지난 2015년부터 잔탄이 생길 수 없는 구조”라고 발표한 국방부 특별 수사 결과와 배치된다.   

잔탄 처리란 사격 훈련 계획에 할당된 교탄(敎彈) 중 남은 탄을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은 탄은 부대 탄약고 등에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다. 

쿠키뉴스는 사고가 발생한 강원 철원군 동송읍 6사단 내 77포병대대 영내 개인화기 자동화사격장에서 잔탄 처리가 행해졌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77포병대대 한 부대원은 “잔탄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종종 있었다”면서 “마지막에 사격 훈련이 다 끝난 뒤 10분 정도 탄을 소비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고(故) 이모(22) 상병 등 부대원을 인솔해 업무상과실치사혐의로 구속된 6사단 19연대 소속 박모 소대장 측도 잔탄 처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 소대장 소속 부대에서도 잔탄 처리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박 소대장 측은 “총기 사고가 일어났던 지난 9월26일 오후 3시45분부터 약 10분간 총성이 들렸고, 3시55분부터 16분여간 멈췄다가 다시 재개된 사격으로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박 소대장 측은 “군필자라면 통상적인 사격훈련에서 15분 이상 공백이 생길 경우, 사격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해당 사격장의 경우 오후 4시쯤이면 일반적으로 훈련이 마무리된다”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 역시 잔탄 처리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방혜림 군인권센터 간사는 “보편적으로 연말은 각 부대에서 잔탄을 소비하는 시기”라며 “교탄 사용률은 부대 교육훈련실적에 반영된다. 보급받은 교탄을 반납할 경우, 이에 대한 사유를 일일이 밝혀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잔탄 소비 가능성 일축과 관련해서는 “잔탄 처리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사격훈련과 연관된 고위 간부들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며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소대장의 부대원 관리 부실로 사건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꾸려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은 잔탄 처리 가능성을 일축했다. 수사단은 지난달 9일 ‘육군 6사단 소속 일병 두부 총상 사망 사건 특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지난 2015년부터 전투사격 방식이 바뀌었다. 마지막 6발을 연발 사격 하도록 돼 있어 잔탄 소비 등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이태명 대령은 쿠키뉴스에 “사고는 14개 조 가운데 13번째 조가 사격을 하던 중 발생했다"면서 "당일 다 쏘지 못한 실탄은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격은 중단없이 시행됐다. 한 개 조가 사격을 하고 그다음 조가 시작하기까지 15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될 수 없다”면서 “하여간 사격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앞서 고 이 상병은 동송읍 금학산 방어진지 공사를 마친 뒤 사격장 뒤편 전술 도로로 복귀하던 중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국방부는 사고 발생 하루 만에 고 이 상병이 도비탄(발사된 탄이 돌이나 나무 등 지형·지물과 충돌해 예상외의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에 맞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혹이 끊이지 않자 유탄(조준한 곳에 맞지 않고 빗나간 탄)이라고 정정해 혼란을 빚었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심유철 기자 spotlight@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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