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도, 비가 온 뒤 세찬 바람이 부는 날씨 속에서 선수들은 ‘제 옷’을 입은 듯 활발한 움직임으로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이전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성인 축구대표팀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KEB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2대1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신 감독은 전통적인 4-4-2 전술을 썼다. 전방에 손흥민, 이근호가 서고 기성용과 고요한이 수비와 공격을 연결했다. 양쪽 날개에 권창훈, 이재성이 선 가운데 포백은 권경원, 장현수, 김진수, 최철순이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수비 상황에서 4+4로 중원과 사이드를 큼직하게 감싸고 공격 시엔 최철순과 김진수가 오퍼래핑하는 방식이다. 기성용과 고요한은 역습을 대비해 중앙을 지켰다.
이 고전적인 전술이 빛난 건 의미가 있다. 앞서 신태용 감독은 공격-수비상황에 따라 포백을 스리백으로 바꾸는 변형전술을 줄곧 활용했지만 좋은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적응도 문제가 컸다. 유럽에선 안토니오 콘테 감독, 로날드 쿠만 감독 등이 변형전술로 큰 재미를 봤지만 한국 선수 중 이를 경험해본 선수는 거의 없다. 앞선 경기에서 선수 간 자리가 겹치거나 빈 공간이 많아지는 문제점을 드러내며 빈틈을 허용했다. 특히 수비진형을 3+2백으로 촘촘하게 감싸고도 상대의 몇 차례 패스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이를 인지한 듯 신 감독 역시 고전적인 카드를 꺼냈다. 4-4-2는 2002년 월드컵에서도 한국이 활용했던 전술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읽히기 쉽지만, 그만큼 선수들의 적응도도 높았다. 1주일이 채 안 되는 연습기간을 감안하면 장족의 성과다.
특히 우측에서의 연계 플레이가 빛났다. 권창훈, 최철순,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패싱게임은 콜롬비아 수비진을 흔들었다. 고참 공격수 이근호의 발 빠른 움직임과 공수전환 과정에서 기성용과 고요한의 역할도 빛났다.
신 감독이 5경기 만에 대표팀에 맞는 옷을 입혔다.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사흘 뒤 세르비아와의 경기가 남았다. 신 감독은 올해 안에 야유를 환호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수원 |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