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생 늘리자, 처우개선 해줄게”

“간호대생 늘리자, 처우개선 해줄게”

간호대 정원확대 놓고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하는 정부

기사승인 2017-11-22 00:04:00

문재인 정부가 보장성 강화계획의 현실화를 위해 간호사 수급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크게 관여하지 않았던 근무환경 등 처우개선에 재정을 투입하는 한편,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는 간호인력의 불법적인 운용도 일단 눈감아주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간호사 인력관리 등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 종합대책’을 11월 중, 늦어도 연말까지는 내놓을 계획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핵심은 신규 간호사 배출인원 확대와 간호사들의 경력단절 방지다.

복지부 관계자는 “신규인력배출은 꾸준히 취해왔던 입장이며 한동안 간호대학교 정원 증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간호사가 떠나면 의미가 줄어든다. 간호사들의 경력단절이 방지될 수 있도록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주최한 간호사 수급 불균형 해소 및 지원방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 또한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사안은 간호사의 경력단절을 방지하고 일과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논의 중인 ▶야간근무일수 제한 및 별도수당 지급 ▶야간전담 간호사제 도입 ▶업무유형별 차등근무수당 등 수가구조 개편 등을 통해 근무환경이나 처우로 인한 간호사 이탈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간호대 정원을 확대해 신규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 늘리자는 정부ㆍ병원계 vs ‘절대불가’ 외치는 간호계

문제는 정부의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간호계와 병원계, 기타 여론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 간호계를 대표하는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대학교 정원 확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간협 관계자는 “현재 간호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 9만6000여명이다. 해마다 배출되는 인원만 2만명이 넘는다. 반면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는 18만명이 전부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간호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지금의 추세로 계속 신규 간호사가 배출된다면 지금도 나쁘다고 하는 간호사의 처우와 근무여건이 더 나빠지고, 간호사 구인난은 심해지며 병원은 처우 개선보다는 저렴한 인력을 쓰고 버리는 경향이 생길 수도 있다”며 증원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병원계는 즉각적인 간호인력 수급부족 해소를 위한 간호대 정원확대 또는 간호조무사 및 2년제 초급간호사 양성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에 따른 의료기관의 부담 증가를 우려해 정부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홍정용 대한병원협회장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간호인력 대란이다. 간호사 구하기를 포기한 병원이 많다. 지방은 (법정 간호인력을 채우지 못한) 무간촌이 대다수”라며 “2년제 간호대를 나온 초급간호사와 교육을 통해 간호조무사를 초급간호사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소병원 등도 근무환경 개선 등 인력에 대한 투자를 보다 많이 해야한다”면서도 “간호관리료 인상 등 인력관련 수가현실화가 된다면 중소병원의 근무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부의 제도적ㆍ정책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 간호사에게 유독 관대한 정부?

간호계 및 병원계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과 처우까지 정부가 관여하고 지원해야하는 것인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일반기업을 다니고 있다는 A씨(35)는 “기본적으로 임금이나 근무환경은 노동법에서 정하는 데로 따르고,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병원과 의료계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정부가 일부 직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좋은 선례는 아닐 듯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도 “국내법상 인정하고 있지 않은 전문간호사(PA)를 불법적으로 운영하거나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문제, 법적으로 규정된 간호등급제(간호관리료차등제)이 미이행 등 규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을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며 “불법이 횡행하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어 개선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나 감염관리, 환자안전, 방문간호 등 의료서비스 및 질 향상을 위한 정책들이 모두 간호사 수요와 관련된 것”이라며 정부정책과 간호인력 수급문제 해결은 분리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우선 강조했다.

이어 “(PA나 간호등급제 문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전략적이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보건의료계가 모두 얽힌 문제로 개선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급박하게 하면 현장에서 문제가 더 커질 것이다. 처벌이 아닌 지원강화로 방향을 잡고 고민하고 있다. 처벌은 현장의 여건조성이 된 후에나 가능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병원계가 요구하는 초급간호사 배출에 대해서는 “2015년, 3~4년간 이어져온 해당 논쟁이 일단락 된 상황”이라며 “고려하고 있지 않다.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상황이며 근무환경 개선이나 처우개선 등이 시급한 정책과제이기에 종합대책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이번 종합대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다”며 “당장 몇계년 계획이라는 식으로 발표할 수는 없지만 주기적인 정비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정기적으로 끊이지 않고 차근히 대책을 마련하는 체계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해 지속적인 간호인력 수급 및 처우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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