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업고 ‘독립’ 시도하는 마취통증의학과

호스피스 업고 ‘독립’ 시도하는 마취통증의학과

기사승인 2017-11-23 14:38:54

그간 수술 보조역할에 대부분 투입됐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의 독립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호스피스ㆍ완화의료의 확대기조에 편승해 말기암환자 등의 통증관리를 전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가정의학과 중심 진료체계가 갖춰진 상황에서 마취통증의학과의 진입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중심이 된 대한통증학회(회장 조대현)는 최근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정착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마취통증의학과가 필수전문의로 등록돼야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조대현 회장은 “근래 암 환자의 호스피스가 건강보험권내로 들어온데다 연명의료법이 제정되는 등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완화의료 영역에서도 여전히 만성통증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며 “말기암 환자들을 고통 속에 죽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증학회, 통증의학 차원에서 어떤 도움이 될지 고민했고, 슬로건을 수술 후 통증에서 술 후 통증관리로 확대해 국제통증학회 등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한 해를 만들기로 했다”며 협진체계 구축과 요양병원 내 필수전문의 등록 등 제도보완을 위해 힘쓰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요양병원 호스피스 시범사업 중간결과,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이나 만족도가 종합병원 못지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말기 암 환자에 대한 의료비 절감과 평안한 이별을 위해 대형병원 중심 연명의료체계에서 요양병원 중심 완화의료체계로의 확산을 기획하고, 내년 2월 시범사업의 본사업화 또는 시범사업 확대 시행을 고민하고 있다.

일련의 변화에 발맞춰 요구되는 완화의료, 통증관리 전문가 인력을 마취통증의학과가 채우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들의 의도가 받아들여지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실제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가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종양내과, 마취통증의학과 간 협진체계가 일부 대형병원에서 도입됐지만 전문의가 부족하거나 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대다수의 병원들이 가정의학과 혹은 종양내과 단독으로 운영하는 실정이다.

의료계나 보건당국 내에서 대형병원의 호스피스 병동 운영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 팽배한 상황이기도 하다. 정부 또한 요양병원으로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확대를 위한 마취통증의학과의 필수전문의 지정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명의료결정법 상 요양병원의 호스피스 참여조항이 내년 2월 시행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요양병원 참여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어 아직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정 진료과를 지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환자의 통증관리를 위해 마취통증의학과의 참여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에도 “특정 과목이나 진료과를 지정할 경우 진입장벽을 치는 것과 같다”며 “지정되지 못한 과에서 동의하지 못해 분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만 서비스 활성화와 질 향상 차원에서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1일 연명의료결정 시범사업 의료기관인 한 대학병원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내용을 포함한 연명의료계획서(POLST)를 작성한 환자가 처음으로 평안한 임종에 들었다. 이로써 완화의료 혹은 존엄사 체계가 국내에 정착하는 모습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