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을 국빈 방문 중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23일 오후 2시25분부터 4시19분까지 청와대 본관에서 소규모 회담과 확대 회담을 가졌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소규모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수교 25주년을 맞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정치·경제·인적교류 등 포괄적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오랜 형제국으로서 많은 공통점을 가진 두 나라 정상의 이번 만남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에너지·자원 분야의 협력을 넘어 전자정부, 교육·의료·보건 및 사회 인프라 건설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또 미래지향적 협력사업 발굴을 위해 무역-경제공동위와 경제부총리 회의 등 양국간 경제협의체 및 고위급 인사의 교차방문을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와 함께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북방정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우리 외교와 교역의 다변화를 위해서도 우즈베키스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과 관련, 우즈베키스탄이 평창동계올림픽 휴전결의안을 공동 발의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항상 강력한 지지를 표명해준데 대해 사의를 표했고,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안정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북한의 도발을 규탄한다”며 “지난해 북한 대사관을 폐쇄한 것도 한국과 뜻을 같이하기 위한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양국간 공통점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첫째, 역사적 인연이다.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압 벽화 속에 남아 있는 고구려 사신의 모습은 양국관계가 1400년 이상 지속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입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양국 정상회담에서 “전통 의장대 모자에 깃털이 두 개 달려있었는데, 벽화 속 고구려 사신의 모자에도 같은 깃털이 있었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그 벽화 보존 작업에 한국도 참여하겠다”라고 언급했다.
둘째, 현재의 인연이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사위가 GM에 근무하면서 딸과 손녀가 한국에 살았고, 이에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이 오랫동안 한국에 살아서 서울의 골목길 하나하나까지 잘 알고 있고 한국의 역사를 한국 사람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정도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셋째, 정치경제적 개혁 작업의 추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과제와 우리 정부의 5대 국정목표가 거의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우리의 개혁정책과 한국의 개혁정책을 서로 공유하고 보조를 맞춰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어진 확대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호혜적 미래 경제발전 동반자로서 ▲양국 간 교역‧투자 확대 ▲교통‧도시‧에너지 인프라 구축 ▲보건‧의료‧교육‧농업 등 분야에서의 실질협력 증진을 위한 구체 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 나갔다.
또 양국 정상은 한-우즈베키스탄 실질협력 확대를 촉진하는 금융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대외경제협력기금 공여(향후 3년간 5억불) 약정 체결 및 신규 사업 발굴‧지원을 위한 금융협력플랫폼(20억불 이상) 창설 등에 합의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우즈베키스탄 내 대규모 프로젝트 참여 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마련했다.
확대 정상회담에 배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의제 조율만이 아니라, 신뢰와 우정을 쌓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이며, 이를 바탕으로 확대 정상회담 뒤 8건의 MOU를 체결할 것이고, 오늘 아침 ‘한-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포럼’에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께서 당부하신 것처럼 MOU 체결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에 대한 한국의 지원요청에 대해 양국 전문가가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해 지원방안을 강구할 계획이고, 한-우즈베키스탄 FTA 체결 공동연구 제안에 대해서는 조속히 실무협의를 하기로 했으며, 그 외 산업협력 분야와 양국 기업간 프로젝트가 실질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 하겠다”고 말했다.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당장은 북한을 통과하지 못하지만, 부산항과 유럽을 철도로 연결하고 물류를 이으려는 철의 실크로드는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 또 인천공항과 우즈베키스탄 공항과의 협력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철길과 함께 하늘 길도 열리도록 하자. 고려인들이 강제이주 당했던 눈물의 철길이 아니라, 이제는 상호번영의 철길이 되도록 두 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양국이 단순 교역만이 아니라, 교육과 의료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미취학 아동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여 취학 전 교육부를 신설하였는데, 이에 대한 양국의 협력 및 고등교육분야와 보건의료분야, 노동쿼터 확대 분야에서도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우즈베키스탄 제1의 국빈으로 초청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말씀하신 분야에 대해 관심을 충분히 갖겠다”며, “대통령께서 오늘 ‘한-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포럼’에서 한국기업인의 애로가 없도록 하겠다는 말씀에 감사드리고, 그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한국기업의 진출과 투자가 촉진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저를 우즈베키스탄에 초청해준 것에 감사드리고, 고려인 정주 80주년 행사에 보내주신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에도 감사드린다. 한국정부는 고려인이 훌륭한 우즈베키스탄 국민으로 잘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며, 대통령께서 착공식에 참석하셨던 한국문화예술의집이 조속히 완공되어 양국민간 우정과 화합의 장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