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오전 11시 55분부터 오후 1시 20분까지 본관 인왕실에서 종교지도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환담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는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천도교 이정희 교령·민족종교협의회 박우균 회장·유교 김영근 성균관장·한국종교인평화회의 김영주 목사가 참석했다.
오찬은 민족종교협의회 박우균 회장의 “지구상에서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을 동시에 치룬 나라는 미국·독일·일본·러시아·프랑스·이태리 정도다. 보수와 진보, 여·야의 벽도 허물고 5천만이 하나되어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자”라는 건배사로 시작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남북관계가 어떤 방법으로든 평화통일의 길로 가야하고 그러기위해서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가 필요하다”며 “대통령께서 지금 철학을 가지고 잘하고 계신데 행여나 대국들이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군사적 행위를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민족은 전쟁의 참화 속에 빠지게 된다. 대통령께서 우리 국가과 민족의 염원을 저버리는 외국의 군사적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처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또 “통진당 당원들이 구속도 되고 만기 출소된 분도 있고 아직도 수감 중인 분도 있는데, 성탄절을 맞이해 가족의 품에 안겨 성탄절을 맞기를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한상균 민노총위원장이나 쌍용자동차 사태로 오랫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가족들까지 피폐해진 분들도 있는데, 그들이 대통령님의 새로운 국정철학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내년이 4·3항쟁 70주년 기념식에 대통령이 오신다고 약속하셨다”라며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했다.
김영근 성균관장은 “남북관계가 회복되면 우리 종교인들부터 교류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 모든 종교는 동질성을 가지고 있어 말이 안 통할 이유가 없는 만큼 종교인들부터 제일 먼저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은 문 대통령이 먼저 사드기지 때문에 걱정을 많이 끼쳐드렸다고 하자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그렇게 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당부분 이해하지만, 우리가 하던 일을 멈출 수는 없다. 처음에는 반발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국민들이 지지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의 말씀을 유념해서 듣고 있다. 8·15와 중요 행사에서 현실문제에 대처하는 대통령님의 모습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어 잘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천도교 이정희 교령은 “대통령께서 촛불혁명의 핵심은 사람중심이라고 했고 APEC 회담에서도 사람중심의 경제를 만들자고 하셨다. 사람중심의 사상과 철학을 바탕으로 성공하신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진정으로 기원한다. 통일이 지상과제이나 무력통일은 안되며 자주평화통일이 우리의 목표다. 자주평화통일은 남북 민족 동질성이 기반이 되어야 하고, 그래서 교류와 소통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치적 소통도 중요하나 비정치분야에서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가 있어야 한다. 천도교는 남북통일에 있어 국가적 중요 자산이다. 해방직후 북한에는 200만 명의 천도교 교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북한에 청우당이 제 2당으로서 나름 역할을 하고 있다. 천도교간 교류와 협력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정부도 천도교를 지켜봐 주시고 많이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한기총 대표목사 엄기호 목사는 “대통령께서 우리나라에 평화와 안정을 주고 있으며, 대통령의 지지도도 높아서 마음이 든든하다. 솔로몬의 성전에는 금은 그릇도 필요하지만 부지깽이도 필요하다. 이사갈 때 연탄집게를 버리고 가면 이사 가서 당장 새로 사야한다. 도저히 나쁜 사람은 안되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구속 수사하거나 풀어주셔서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탕평책을 써달라. 화합차원에서 풀어주시면 촛불혁명이 어둠을 밝히듯 어두운 사람들도 신뢰의 마음을 밝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4·3 70주년 추도식에 참석하겠다. 해마다 못가더라도 올해 광주 5·18추도식에 갔듯 내년에는 제주에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과 관련해 “북한핵은 반드시 해결하고 압박도 해야 하지만 군사적 선제타격으로 전쟁이 나는 방식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의 동의 없이 한반도 군사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미국에 단호히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대통령은 “남북관계는 두 가지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하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이고 또 하나는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대화이다. 북한 핵문제는 북미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남북대화는 북한핵에 가로막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금 긴장이 최고로 고조되고 있지만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다. 결국 시기의 문제이고 풀릴 것이다. 이런 과정에 평창 올림픽이 있다”라며 “남북관계를 위한 정부 대화는 막혀있는 만큼 종교계와 민간에서 물꼬를 터야한다. 북이 종교계와 민간분야의 방북신청을 번번히 거부해오고 있다. 그러다 이번 천도교 방북이 처음 이루어졌다. 그것이 물꼬가 될 수도 있고, 북한이 평창에 참여하면 스포츠분야에서 대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또 강원도가 지자체 차원에서 대화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과 관련해 “2019년이 3·1절 100주년인데 범국민적인 행사를 하려면, 내년부터 범국민준비위원회가 출범을 해야 하고 내년 예산에도 반영되어 있다. 내년이 되면 이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겠다. 또한 임시정부 100년·건국 100년이기 때문에 뜻깊은 행사로 준비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특별사면 관련해 “사면은 준비된바 없다. 한다면 년말년초 전후가 될텐데 서민중심 민생중심으로 해서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문제와 관련 원불교에 많은 어려움을 드렸는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확실한 해법이다. 그때까지 성지순례 등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는 취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탕평부분은 정말 바라는 바다. 그러나 대통령은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수 없고,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석방이냐 수사에 개입할 수 없다. 다만 국민과 통합을 이루어 나가려는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중요한 핵심이 통합인데 우리 정치문화가 통합과는 거리가 있다. 당선 뒤에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해왔지만 정치가 못하고 있으니 종교계가 우리사회 통합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찬은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김영주 목사의 기도로 마무리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