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논란에 기름 끼얹은 프랜차이즈 대상

[기자수첩] 논란에 기름 끼얹은 프랜차이즈 대상

기사승인 2017-12-12 14:25:00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쓰지 말라는 옛 말이 있다. 오해 사기 쉬운 상황에서 괜한 짓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올해 프랜차이즈 업계는 다사다난했다. 갑질과 성추행, 보복출점 등 부끄러운 단어들이 넘쳐나며 본사는 물론 가맹점주들까지 오욕을 뒤집어써야했다. 억울함도, 피해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업계로 뭉뚱그려져 매도 당하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그저 몸을 웅크리고 어서 이 비가 지나가길 바랄 수밖에 없는, 그런 시간이다.

지난 7일 한국프랜차이즈대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업계를 지키고 발전시켜온 사람들에 대한 치하와 위로, 격려를 위해 모이는 행사다. 안팎의 부침이 부단했던 올해는 특히 감회가 새로웠을 자리다.

이날 대통령 표창은 피자알볼로의 알볼로에프앤씨가, 국무총리 표창은 지호한방삼계탕의 지호가 수상했다. 이외에도 총 28개 부문에서 수상이 이뤄졌다.

못된고양이의 엔캣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상 도소매 부문을 수상했다. 엔캣은 불과 몇 달 전 불거졌던 보복출점 등 갑질 논란이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어 협회가 소리 높인 자정의 신뢰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9월 못된고양이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물품대금청구를 남발한뒤 이를 이행하지 않자 일방적으로 가맹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항의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자 명예훼손과 상표 무단도용을 이유로 형사고소했으며 50m 거리에 다른 새 가맹점을 여는 등 보복출점도 강행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가맹사업공정화에관한법률과 가맹계약상 절차와 요건을 준수해 미수대금 연체로 해지된 것이며 가맹계약이 해지됐기 때문에 영업지역 보호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인근에 신규 출점한 가맹점의 경우 상품대금을 감면하거나 세일을 진행하는 등 특별한 혜택이 없어 보복출점은 말이 안되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가맹점주측과 사측은 진실공방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는 갑질·성추행 논란으로 협회에서 제명된 미스터피자와 호식이두마리치킨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동일한 갑질논란에 휘말렸음에도 한 업체는 시상대에 올라 상을 쥐었고, 다른 업체는 갑질이라는 단어가 낙인처럼 남게 됐다.

오해는 쉽고, 해명은 어렵다. 물론 의혹이 있었다는 이유로 소기의 성과를 보여준 업체에게서 상을 빼앗아서는 안된다. 못된고양이의 갑질논란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처벌을 받은 상황도 아니다.

그러나 업계는 여전히 외부로부터 자정에 대한 의심섞인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엔캣의 양진호 대표이사가 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만큼 이번 수상이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협회가 몰랐을 리도 없다. 이를 무릅쓰면서까지 모험을 강행해야 할 중차대한 사유가 있었을까.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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