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때문에”… 비뇨기환자, 막대 꽂는 아픔 여전

“수가 때문에”… 비뇨기환자, 막대 꽂는 아픔 여전

사회적 변화ㆍ요구 반영 못하는 급여정책에 고통 받는 환자들

기사승인 2017-12-12 08:01:00

비뇨기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다. 하지만 혈뇨가 발견된다고 다 같은 원인은 아니다. 어느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하느냐에 따라 요로감염, 전립선염, 사구체신염, 방광암, 요로결석 등 진단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질환을 가장 정확히,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내시경’법을 추천한다. 요도를 통해 전립선부터 방광, 콩팥에 이르기까지 출혈 부위와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시경에 사용되는 장비가 수십년전 발명된 은색의 긴 쇠꼬챙이에서 형태나 크기가 일부 개선됐을 뿐인 ‘경성 내시경’이라는 점이다. 환자들은 여전히 쇠막대가 요도를 통해 전립선을 비집고 들어가는 고통을 감내해야한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 A씨는 “최근에는 유연한 연성 요관내시경에 소독과 관리 편의성을 더한 일회용 연성 요관내시경이 개발돼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스콥(scope)이 딱딱한 경성 요관 내시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유를 높은 기기 비용과 낮은 수가를 들었다.

내시경을 생산ㆍ판매하는 업체에 따르면 연성 요관내시경의 경우 경성에 비해 최대 4배 가까이 비싸다. 경성의 경우 크기별, 모양별로 2~3가지 스콥을 구비해야한다고 해도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그러나 정부는 요관 내시경에 대한 별도의 비용을 책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내시경시술시 행위료를 연성과 경성으로 구분해 지급할 뿐이다. 더구나 수가 또한 연성이 상대가치점수 5306.84점으로 49만8790원, 경성이 4038.65점으로 37만9593원으로 차이가 크지 않다.

이와 관련 개원의 B씨는 “내시경 장비는 발전하고 재료비는 계속 증가하는데 수가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소독수가가 신설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수가체계다.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치료에 도움이 돼도 쓸수록 적자가 쌓이면 사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휘어질 수 있는 연성 요관내시경의 경우 부분마취를 할 경우 통증이 10점 만점에 2~4점으로 낮지만, 경성의 경우 7~8점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감염위험을 줄인 일회용 연성 요관내시경도 개발됐다. 하지만 수가는 책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에 A씨는 “정부가 비용 대비 효과성을 따지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수가체계를 개편해야겠지만 적어도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은 해야한다. 경성이든 연성이든 일회용이든 환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방법을 정할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내시경장비업계 관계자도 “궁극적으로는 내시경 시술에 포함된 장비 관련 수가를 별도로 분리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행위에 귀속될 경우 정부가 정하고는 뒤로 빠지고, 의사와 업체가 비용을 두고 다투다 결국 업체가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울러 금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시행과정에서 대통령이 약속한 적정수가 보상이 이뤄질 때 의료행위에 녹아있는 치료재료 등의 수가를 별도로 산정하고 적절한 비용이 책정되기를 희망한다는 말도 남겼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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