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일 수밖에 없는 병원 내 집단감염

'사후약방문'일 수밖에 없는 병원 내 집단감염

이대목동 신생아 병원감염 가능성 증가… 필연적 결과?

기사승인 2017-12-20 05:00:00

이화여자대학교 부속 목동병원에서 사망한 3명의 신생아에서 동일한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됨에 따라 의료관련감염(healthcare-associated infection)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관련감염이란 의료기관에 입원 중 발병한 감염으로 ‘병원 (내) 감염’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19일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사망하기 전 채취한 혈액의 유전자염기서열 분석결과 동일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Citrobacter freundii) 내성 유전자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즉, 병원 내 동일한 오염원을 통해 감염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질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망원인 규명 등 조사와 검사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 정확한 감염원과 감염경로를 밝힐 계획이다. 더불어 퇴원 및 전원 환아의 감염여부 및 예방을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일련의 조치와 대응에도 ‘사후약방문’ 혹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등 사건이 발생한 후 수습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의료관련감염에 대한 예산편성과 2018년도 예산삭감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국회를 통과한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의 2018년도 예산을 살펴보면 ‘감염’이란 명칭을 포함한 전체 예산항목은 ‘권역감염전문병원’ 구축예산을 제외하면 총12개로 692억2200만원이 책정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93억900만원이 줄었으며, 정부가 올해 편성한 것보다 126억1200만원이 삭감된 금액이다.

여기에는 병원 내 감염을 관리하기 위한 직접예산인 ‘의료관련 감염관리(4851-308)’도 포함돼있으며, 역시 국회에서 최종 승인된 예산은 2017년이나 정부 편성액보다 적은 64억3200만원만 확정됐다. 심지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이 발생한 NICU 시설장비 지원예산은 전액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10년간 전국 NICU에 준 돈이 700억(원)이다. 근데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2사옥 짓는 예산이 2200억(원)이고, 한 해 지급된 성과급이 550억(원)이다. 의료시스템 구축하고 유지할 비용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너무 명확히 보이지 않냐”고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의 안전불감증을 비난했다.


◇ 시설·체계·문화 지속적 개선노력에도 근절 안 되는 이유는 결국 ‘돈’

이 같은 감염관련 예산 삭감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아쉽지만 한정된 국가재정 여력 하에서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최대한의 예산을 편성한 결과이며, 자본을 투여하지 않는 활동이나 규제 등을 통해서도 목표달성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실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이후 정부는 범부처 차원에서 48개 과제를 포함한 ‘국가방역체계 개편대책’을 수립해 단계별로 과제들을 수행해왔다. 여기에 ‘항생제내성 관리대책’과 10개 과제의 ‘의료기관감염관리대책’을 함께 추진해왔다.

여기에는 국가 감염병 안전망 구축, 감염병 사전대비·현장대응·소통체계 강화는 물론 미해결 감염병 대응능력 향상, 신·변종 및 해외유입 감염병 대응기술 확보, 전문인력 양성 및 의료기관 시설·장비 개선, 병문안 문화개선 등 다양한 방안들이 포함됐다. 질병관리본부는 그 일환으로 지난 9월 의료관련감염 예방을 위한 표준예방지침도 내놨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불법행위에 기인한 경우까지 막을 수는 없다. 어느 국가도 병원감염을 제로(zero)로 만들 수는 없다”며 “엄중히 처벌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중환자실을 출입하는 의료진이 손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는 등 감염예방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경우도 있다. 시스템으로 최대한 막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과 성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의료인이나 병원의 문제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병상 당 의료인력의 수만 늘려도 (병원감염문제가) 당장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설과 장비, 완벽한 감시 및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보조적일 뿐 감염관리와 예방을 직접 이행하고 따르는 것은 ‘사람’이기에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 업무 강도를 줄이고 한 번이라도 더 돌아보고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불이 나지 않아도 소방관은 뽑는다.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화재를 진화하고, 더 큰 화재로 번지지 않게 막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에서 적어도 중환자실이나 신생아실은 평소엔 놀더라도 의사나 간호사를 충분히 뽑아 배치한다면 감염사고는 현저히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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