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시설 교통정리, 이번엔 될까

요양병원-시설 교통정리, 이번엔 될까

복지부, ‘요양병원-시설 제도개선 TF’ 설치… 의견청취 나서

기사승인 2017-12-22 06:00:00

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노인들이 위험하다. 

노인빈곤률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떠나, 당장 의료비 지출과 옆에서 돕고 지원하는 제도적·체계적 문제까지 제 기능을 못하거나 부실해 ‘안온한 노후, 건강한 노년’이 꿈으로 그칠 위기다.

실제 치료보다 요양에 치중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요양병원’과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부정적 인식의 바탕이 되는 열악한 환경과 입소자 처우로 문제시되는 ‘요양원(시설)’은 노후의 건강한 삶을 바라는 이들에게 기댈 곳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돌봄서비스를 총괄해야할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돌봄 관계자들, 서비스개념을 개발하고 구상해온 학계와 정부 부처 간 이해충돌과 불협화음, 누적 적자가 늘어나며 제도운영의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는 장기요양보험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이에 보건과 복지를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칼을 빼들었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최근 보건의료정책실 의료기관정책과 산하에 ‘요양병원-시설 제도개선 TF(task force)팀’을 만들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관계 정립과 체계 구축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팀장을 맡은 이영재 서기관은 지난 19일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회장 이필순)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연이어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등 관계자 대표들과 자리를 갖고 요양제도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눌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장은 TFT를 설치하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의 기대에 부응해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와 개선방향에 대해 듣고, 그간 문제로 거론됐던 요양병원과 시설 간 이용문제를 비롯해 서비스 질 개선 및 개념 정립을 추진해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최근 사무장병원 척결과 부정적 이미지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협회들은 이번 만남을 통해 긍정적 변화가 이뤄지길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협회들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정부의 개선의지를 엿볼 수 있다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은 병원과 시설, 서비스를 둘러싼 여러 상충된 이해관계와 제도적 모순을 모두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관측도 함께 내놨다. 

요양병원은 병원 간 서비스 질의 격차를 메우는 문제부터 다가올 호스피스 병동도입이나 관련 제도정비, 법률적 사각지대에서 난립하는 전문요양병원에 대한 입장정립 등 다양한 문제가 산재해있다.

요양시설들 또한 입소자 신체구속, 학대, 열악한 환경 등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문제를 비롯해 적절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관리체계와 지원, 보험급여 문제, 요양병원과 시설 이용자 구분 등 풀어야할 일들이 쌓여있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요양병원 입원대상은 노인성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후 또는 상해 후 회복기 환자로 규정돼있다. 그런데 나이든 노인들 중 대상이 아닌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것”이라며 병원과 시설 이용 대상의 명확한 구분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병원도 시설도 원칙대로 운영하면 적자가 쌓이는 구조도 문제”라며 “고령인구가 더 늘기 전에 역할과 기능을 정립하고 적절한 지원과 관리 체계를 세워 제도와 국가가 감당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이나 시설 이용자를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해야 하는 일이며, 보험체계부터 기관관리체계까지 요양서비스 전반에 대한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시각을 넓혀 사회서비스공단 설치와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운영방식도 함께 다뤄야한다는 의견이다.

심지어 시설 관계자는 “신청제를 허가제로 개설방식 변경도 고민해야한다”며 스스로 족쇄를 채우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복지부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이 팀장은 “너무 범위를 넓힐 경우 하나도 제대로 바꾸지 못할 수 있다”며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히 개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사회서비스공단으로의 논의 확장은 자제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논의는 별도의 부서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언급을 하긴 어려운지 “재가 서비스를 강화하고 병원과 시설 간의 전달체계와 기능을 확립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에 TFT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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