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개월 동안 결정을 미뤄왔던 LG디스플레이 중국 공장 설립을 조건부 승인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민간 위원 20여명이 참여한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제조기술 수출 승인을 결정했다.
OLED는 산자부가 지정한 국가핵심 기술이다. 해외에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의해 소위원회, 전기전자전문가위원회,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정기 이사회를 열고 1조8000억원의 자본금 출자를 결의, 중국 광저우에 OLED 생산 공장 설립을 결정했다. 국내 공장과 중국 공장을 동시에 가동할 경우 8세대 OLED 패널을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다. 생산성을 늘게 되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수요에도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정부 승인까지 2~3개월을 예상했다. 그러나 산자부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5개월째 결정짓지 못했다. 한국이 우위를 선점한 디스플레이 산업의 기술이 유출돼 중국에 추월당할 것을 염려한 것이다.
백운규 산자부 장관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공장 설립 승인 신청과 관련해 “글로벌 기업이 현지시장을 개척하려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기술을 익히는) 기간이 짧은 기술들은 유출되면 금방 (경쟁국에서 유사한)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며 “전문가 위원들이 기술 유출시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LG디스플레이의 사업 계획도 전면 수정에 들어갔다.
이후 3차례의 소위원회와 기술보호위원회의 회의 끝에 산자부는 시장 확대, 일자리 증가 등의 긍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산자부가 내건 소재·장비 국산화율 제고, 차기 투자 국내 실시, 보안 점검 및 조직 강화 등 3가지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정부 승인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기술 유출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광저우에 LCD 공장을 세운 지 5~6년이 됐음에도 기술 유출이 한 건도 없었다. 기술 유출에 대비한 시스템이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나 아날로그적인 기술이 필요한 OLED의 경우 쉽게 모방하고 유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보안 시스템을 철저하게 갖춰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조건부 승인이 떨어짐에 따라 LG디스플레이 공장 설립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공장 가동 시기는 오는 2019년 2분기로 예상되며, OLED 패널 생산량은 월 6만대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20조원을 OLED 사업에 투자해 시장 확대 및 선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