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옛날, 음악을 위해 아내와 딸을 고향에 두고 떠난 남자가 있었다. 버려진 아내는 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구두를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딸도 구두를 만들었고,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도 구두를 만들었고 아이의 아이도 구두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화공 집안의 아들 미구엘. 음악 비슷한 것은 근처에도 갈 수 없는 이 집안에서 미구엘은 록스타의 꿈을 꾼다.
그런 미구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미구엘의 동네가 고향이라는 록스타 에르네스토 델라크루즈. 델라크루즈 같은 스타가 되겠다고 하지만 가족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죽은 자들의 날’ 축제를 맞아 집안을 꾸밀 준비나 하라고 꾸짖는다. 조상들의 영혼을 환영하기 위해 주홍색 메리골드 꽃이 온 거리를 뒤덮은 날, 미구엘은 결국 집을 뛰쳐나간다. 그리고 마을의 공동묘지에 만들어진 델라크루즈의 사당에서, 그가 썼다는 기타 줄을 튕긴 순간 미구엘은 죽은 자들의 세계로 빠져든다.
디즈니와 픽사가 함께 만든 ‘코코’(감독 리 언크리치)는 가족과 용서를 테마로 한 수작 애니메이션이다. 미구엘이 가족을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과정과 가족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 등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무엇보다 디즈니와 픽사의 기술력은 미구엘의 눈앞에 펼쳐지는 사후세계를 환상적으로 스크린에 담아낸다. 알록달록한 저승의 건물들, 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애완동물들은 스펙터클하면서도 다정하고 사랑스럽다.
‘기억해 줘’(Remember Me)를 비롯한 OST 또한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극중 델라크루즈의 가장 유명한 곡으로 나오는 ‘기억해 줘’는 미구엘의 입을 통해 변주되며 우리가 잊었던 가족애를 상기시킨다. 저승세계를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미구엘의 모험 속에서 배어나오는 사랑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도 생소하다.
가장 사랑하면서도 한 번도 사랑한다 말해보지 못했던 가족들에게 한 번쯤 ‘사랑한다’ 말 해보면 어떨까. 영화 ‘코코’는 오는 2018년 1월 11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