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PSS 베타, 모조리 닦고 가야 한다

[옐로카드] PSS 베타, 모조리 닦고 가야 한다

[옐로카드] PSS 베타, 모조리 닦고 가야 한다

기사승인 2017-12-30 15:49:44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 서바이벌 시리즈(PSS) 베타를 주최하는 게임방송사 OGN이 지난 29일 KSV 노타이틀 소속 ‘벤츠’ 김태효에게 12개월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김태효가 과거 타 게임에서 비속어를 사용하고, 개임 내외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으며, 특정 게임(오버워치)에서 계정 부스팅을 대행해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는 게 그 사유다.

OGN은 PSS 베타 규정 9조(선수 및 관계자 행동 수칙)에 의거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주최 측은 ‘모든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만약 참가 선수가 이를 어길 경우 재량에 따라 구두 경고부터 참가자격 박탈에 이르기까지 재량에 따라 페널티를 부과한다.

OGN은 김태효의 징계 수위를 두고 고심했을 것이다. 그는 이제 막 자생하기 시작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판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스타성을 갖고 있다. 실력도, 색깔도 확실하다. 그의 소속 팀인 노타이틀은 타 플랫폼 대회에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팀 동료들은 이구동성으로 “김태효의 오더가 좋은 성적의 첫번째 원인”이라고 말한다.

C9(前 G9)과 KSV 아셀 등 다른 인기 팀이 대거 탈락한 상황에서 노타이틀과 김태효는 PSS 베타 최고의 흥행 카드가 될 수 있었다. 비록 예선에서 미끄러져 2부 리그로 향했지만, 언제든지 1부 리그 진입이 어렵지 않은 최상위권 기량의 소유자들이다.

그러나 OGN은 칼을 뽑아 들었다. 대회 흥행에 있어 큰 리스크를 감수한 셈이다. 그 대신 선례를 만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선례다. 1년 출전 금지는 평균 수명이 짧은 프로게이머에게 치명적이다. 그리고 이 징계는 앞으로 OGN이 주관하는 모든 종목 대회에 통용될 가능성이 크다. 종목 불문 앞으로 대리게이머와는 함께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징계에서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OGN이 김태효의 소속 팀에게도 1회 경고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OGN은 팀 또는 팀에 소속된 선수가 대회 행동 수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경우 팀에 1회 경고를 부여하며, 이 경고가 3회 누적될 시 PSS에 영구 출전할 수 없게끔 조치했다. 일종의 삼진아웃 제도다.

김태효 외에도 여러 배틀그라운드 선수가 과거 대리게이머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존 프로게임단의 신규 팀 창단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제 그들을 영입할 만큼 용기 있는 팀은 없을 것이다. 의심 받는 선수들 중 팀 차원에서 원 스트라이크를 감수할 만큼 실력이 뛰어난 이도 없다.

김태효의 징계로 이번 대리게이머 논란이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신호탄이 돼야 한다. 김태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여러 번 사과했다. 설령 그가 여론에 등 떠밀려 사과했더라도, 그마저 하지 않은 이들에겐 더 큰 엄벌이 뒤따라야 한다.

배틀그라운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닦는다’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상대 스쿼드를 섬멸한다는 의미로, 배틀그라운드가 낳은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다.

대리게이머도 닦고 가는 게 중요하다. 내 주변의 적을 깨끗이 소탕하지 않고서 앞으로 나아가면 반드시 일을 그르친다. 회색화면을 마주한 뒤에 ‘역시 그때 그 팀을 닦고 갔어야 했다’며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던가. 그리고 닦을 거라면 1명만 닦을 게 아니라 모조리 닦아야 한다는 걸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배웠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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