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한다던 선택진료 ‘존속’, 왜 남았나

폐지한다던 선택진료 ‘존속’, 왜 남았나

국회에 발목 잡힌 복지부, “사실상 폐지” 단언…하지만

기사승인 2018-01-04 13:00:25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2018년 1월부터 ‘선택진료비 제도 완전폐지’를 내걸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의료법을 개정해 관련 조항들을 삭제해야하지만 국회가 발목을 잡았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선택진료 관련 조항의 정리를 위해 정부입법이 아닌 집권여당 소속 권미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을 대표로 26명의 민주당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21일 발의했다.

문제는 국정감사 등 국회일정으로 인해 법안이 11월 20일에야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고,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여타 의료법 개정안과 병합돼 24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면서 발생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11월 30일 전체회의를 갖고 10개 개정안이 합쳐진 의료법 개정안 대안에 대해 심사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된 점은 ‘전문간호사 제도’ 도입을 둘러싼 업무범위와 위임정도였다.

법사위 소속 윤상직 의원은 당시 “복지부령으로 업무범위 위임을 하는 것이 옳으냐는 체구·자구상 문제를 지적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사항일수도 있는데 복지부령으로 하는 것이 옳은지 2소위에서 한번 봐야한다”고 주장했고,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전문간호사제 논란으로 인해 병합된 의료법 개정안 전체가 법사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가 재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아직까지 제2소위가 개최되지 않음에 따라 시행시기가 지났음에도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5일 선택진료의사의 자격 등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을 급히 개정, 입법예고했다. 다만 모 법 규정이 남아있어 선택진료비 징수의사의 자격과 범위, 산정기준, 추가비용 산정기준 등을 삭제·변경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입법절차가 마무리되지 못해 모 법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하위법령을 모두 없애기는 어려워 명목상 남겨둔 것”이라며 “사실상 폐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사위에서도 다른 쟁점으로 계류돼 국회가 열리면 개정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렇지만 복지부의 구상처럼 사안이 원활하게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당장 복지부는 선택진료의사를 지정하고 선택진료비를 받을 경우 의료질평가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의료계에 전달했다. 

그러나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는 기관은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제한돼있다. 더구나 금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선택진료비 책정 및 청구 관련 기준이 삭제됨에 따라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의 선택진료비를 청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병원들 사이에서는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2022년까지는 의료질평가지원금 수혜를 받지 못하는데다, 선택진료의사를 두고 비용청구를 제한했던 규제가 사라진 만큼 중소병원들은 선택진료비를 청구해 경영상 어려움을 일부나마 벌충해야하는 것 아니냐 고민하는 모습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들 내부적으로 의료질평가지원금 수령과 선택진료비 청구 사이에서 실익이 어디에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관들도 9월까지는 선택진료 폐지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없어 경영적자가 예상돼 고민하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의료 질 평가 지표 및 기준, 등급선정방식 등 근본적인 불만도 함께 제시했다. 그는 “의료질 평가는 상대평가이기에 타 병원이 더 개선하면 수준을 높여도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평가대상 기간 또한 과거인데다 지표값 개선이 불가능한 지표도 많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질평가를 받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도록 설계할 것이며 의료 질 평가 지표문제 등 구조적 문제는 개선해나가고 있다”면서도 하위법령 관련 내용을 다 삭제한 고시가 시행돼 선택진료제 폐지와 다름없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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